러시아의 루블화가 7월 1일부터 완전 태환화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이며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루블화의 위상을 강화/격상시키는 것이라 한다. 관련기사 두 개를 옮겨온다.

한국일보(06. 07. 01) "러 호황 타고 루블화 위상 높이기"(온라인 기사의 제목은 "러시아 루블화 7월 1일부터 완전 태환?") 

-러시아의 자신감은 어디까지 뻗어갈 것인가. 옛 소련 붕괴 후 최고의 경제 활황세를 누리고 있는 러시아가 7월 1일부터 루블화에 대한 모든 통제를 없애며 완전 태환화를 실시한다. 러시아 국민들은 루블화를 자유롭게 들여오거나 나갈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는 루블화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러시아가 1998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당시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던 루블화를 미국 달러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화폐 자리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어깨에 힘을 주는 이유는 배럴 당 70달러까지 치솟은 기름값 때문. 러시아는 연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오일 달러에 힘입어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루블화 수요가 크게 늘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1998년 150억달러에서 올해 2,300억달러로 1,500%나 뛰어 올랐다(*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에 관해서는 이전에 다룬 바 있다).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안정화기금도 700억달러나 쌓였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러시아 하원(두마)은 24일 기업, 상점, 식당에서 외국 통화로 가격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고 장관 등 공무원이 상품, 서비스 가격을 언급할 때도 달러화나 유로화로 바꿔 발표하지 못하도록 했다. 달러화, 유로화에 의지하지 않고 루블화만 가지고도 충분히 경제를 꾸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러시아의 이번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30일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2007년 1월부터 시작한다는 원래 계획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 태환화 실시를 결정했다. 2주 후 상트 페테르부르크서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리고 러시아 정부가 파리클럽에 빚진 220억달러를 갚기로 합의한 지 불과 며칠이 지난 시점이다.

-FT는 “모라토리엄(대외 채무 지불유예) 선언 8주년을 맞은 러시아 정부가 G8 회담을 앞두고 루블화 이미지를 개선하는 동시에 재정 파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자랑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아울러 “외교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블라드미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를 경제 분야 까지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핵 문제로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강력히 제재하려 하지만 이를 반대하고 있다. 또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총선을 통해 집권하자마자 미국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마스 지도부를 모스크바로 직접 초대하는 등 곳곳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부딪히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성장했다”며 “과거의 선입견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은 지금 러시아를 두려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루블화가 태환화 함에 따라 경제가 과열, 물가가 오르고 수출 가격이 상승해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박상준 기자)(*아래는 루블화 지폐의 견본 이미지. 루블의 최고액권은 1000루블짜리이며 원화로는 대략 4만원 정도이다.)

세계일보(06. 07. 01) 러시아 "루블화 위상 되살리자"

-국제유가 상승으로 오일 머니를 축적한 러시아가 1일 루블화의 완전 태환(통화 자유교환)을 위해 외환시장 규제를 철폐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 40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지 8년 만이다. 러시아 국민들은 1일부터 루블화를 자유롭게 반입·반출할 수 있고, 외국 투자자들도 루블화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외화의 25%를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한 규제도 사라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루블화 태환 일정이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진 것은 계산된 정치적, 상징적 조치라고 30일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과 8월21일까지 213억달러의 부채를 조기 상환키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부채 213억달러와 조기 상환에 따른 할증금 10억달러 등 총 223억달러를 지불하게 된다. 러시아 정부는 조기 상환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감소, 총 77억달러의 경제적 이득을 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UB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 브리치는 “러시아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국제사회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련의 조치”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규제 철폐 역시 몰락했던 루블화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달러화 독주를 견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러시아가 루블화 태환에 나선 것은 25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700억달러의 석유안정화기금으로 대변되는 탄탄한 경제상황 덕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루블화의 완전 태환은 경제구조 개혁과 기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러시아가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인정받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루블화의 태환화가 순조로우면 러시아 경제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유입 자금이 급증하면 경기 과열이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외환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AP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하루 환율 변동 폭을 규제하기 때문에 루블화 환율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9일 현재 달러·루블화 환율은 1달러에 27.0611루블이다.(조현일 기자)
 
 
06. 07. 01.
 
P.S. 지난 한주 러시아 관련 기사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라크에서 살해당한 러시아 외교관들의 복수를 푸틴이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TV보도용 멘트는 이렇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수부대에 러시아 외교관 살해범들을 추적 분쇄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러시아 대통령궁인 트램린 공보실은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이 특수부대에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다해 이라크 주재 외교관들을 살해한 범죄자들을 찾아내 분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크렘린은 특수부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러시아 비밀경찰 KGB의 후신인 해외정보국이 작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Photo from www.photobucket.com
 
그런데 거기에 이어진 해외토픽: "한편 사관학교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 크렘린을 나서던 푸틴 대통령은 놀러온 어린이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한 어린이의 셔츠를 걷어올리고 배에다 깜짝 뽀뽀를 해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외신을 참조하여 조금 보충하면 푸틴은 4-5세쯤 된 이 아이에게 이름을 묻고, '니키타'라고 대답하자 사진처럼 뽀뽀를 했다. 아이나 주변 사람들이 다소 당황해 한 것은 불문가지이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분쇄'를 지시하는 대통령과 어린아이의 배에 입맞추는 대통령, 이것이 푸틴의 두 가지 얼굴, 더 나아가 러시아의 두 가지 얼굴이다(푸틴의 대중적 지지의 일부는 그의 이러한 엉뚱한 돌출행동에 힙입고 있다). 대중적 친근감에 있어서 부시 또한 푸틴 못지 않지만, 차이라면 푸틴은 연출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지극히 '러시아스런' 권력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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