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신작 <시간>의 국내 개봉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한겨레(06. 60. 20) 정한석 기사의 전갈이다. 

-영화 <시간>의 개봉이 확정됐다. 영화사 스폰지는 오는 8월10일경 김기덕 감독의 <시간>을 개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은 이미 올 4월경 완성됐지만 개봉 일정은 불투명했다. <빈 집>과 <활>의 연이은 국내 흥행 저조로 실망한 김기덕 감독이 국내 배급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일부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김 감독이 무조건 국내 배급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여건만 맞으면 국내 배급사가 판권을 구매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 들었고, 5월 중순경 만나 합의했다. 최종적으로 감독이 제기한 몇 가지 조건을 수용하면서 개봉이 결정됐다. 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적절한 한국영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우리쪽 입장과도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스폰지와 김기덕 감독이 <시간>에 관해 합의한 내용은 국내의 모든 영상물 판권을 스폰지가 소유하되, 판권 보유기간이라도 비상업적인 상영을 위해서는 적극 협조하고, 향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판권을 다시 양도하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본인을 내세운 무리한 마케팅 자제도 김 감독쪽이 영화사에 내건 조건의 일부였다.

-조성규 대표는 “김기덕 영화에 적합한 제작방식이 있듯이, 그에 맞는 배급방식도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상영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광고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소규모 상영하는 쪽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성현아, 하정우가 출연하고, 오래된 연인인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성형수술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시간>은 스폰지가 운영하는 압구정과 종로의 스폰지하우스 두곳을 포함해 대략 10개에서 15개 정도의 개봉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모처럼 듣기 좋은 소식에 <시간>에 관한 자료들을 몇 개 훑어보았다(<시간>은 지난달말 씨네21 등의 주최로 국내 최초 시사회가 열렸었다. 이에 대해서는 <씨네21> no.556 참조. 영화에 대해서는 개봉 후에 다루기로 한다). 그러다가 읽은 김기덕 관련 기사.  

한겨레21(04. 10. 21)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김기덕 감독이 만드는 달력이 담아내는 계절의 색깔은 어떠할까. 부산영화제에 참석 중인 김기덕 감독은 지난 10월8일 러시아 푸친 대통령에게 증정될 VIP용 달력에 담길 사진 연출을 러시아의 유력인사로부터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스틸 사진을 세 가지 테마로 찍는 방식으로 진행될 작업은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러시아의 사진작가가 동참할 예정이다. 작업방식은 김기덕 감독의 연출대로 러시아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작가가 지시에 따르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김 감독은 “테마 중 하나인 ‘풍경’ 편은 한국의 풍광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력의 배경에 담길 로케이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공간이었던 청송 주산리와 송정, 인사동, 한강 등지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촬영될 ‘풍경’ 편에는 러시아 모델이 참여할 예정이기도 하다. 김 감독에게 이러한 제안이 온 경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비롯한 러시아에 개봉된 그의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영화에서 김 감독은 에곤 쉴레의 회화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미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구도를 보여주곤 했다. 김 감독은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달력 사진을 위한 촬영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1월 모스크바를 떠나올 때 마지막으로 읽었던 현지 기사가 바로 이 사진 작업에 관한 것이었는데, 당시엔 김기덕이 러시아 모델과 일종의 '광고' 사진을 찍는 줄 알았다(푸틴을 위한 달력?). 여하튼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Korea with Kim-Ki-Duk'이다. '김기덕과 함께 보는 한국'은 그걸 옮긴 제목이다. 기획 자체는 '관광엽서'이지만, 결과는 그렇게 친숙하지도 편안하지도 않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풍광에 이국적인 러시아 여인이 들어오게 되면 얼마나 '언캐니'해지는가를, 얼마나 섬뜩해지는가를 몇몇 사진들은 보여준다.

지난번에 김기덕 영화 관련 이미지들을 찾다가 이 사진들을 보고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적이 있는데(한번쯤 경험해 보시길!), 한편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김기덕 영화는 언캐니(uncanny)에 관한 영화가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러시아의 거의 유일한 '한류', 혹은 한국문화 컬트로서의 김기덕이 보여주는 건 혹 '한국 안의 러시아'가 아닐까 싶은 것. 그게 그의 언캐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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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과 러시아 스탭들(전국을 돌며 2주간 작업했다고).

 

전시회에서 자신의 사진 앞에 선 러시아 모델 아나스타시야 포타니나(전시회는 2005년 1월말에 열렸다).

전시회장에서 즐거워하는 표정의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06. 0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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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shot 2006-06-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거 달력으로 걸어 놓으면 집안 분위기 단번에 "uncanny"해지겠네요.

로쟈 2006-06-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보면 더 섬뜩합니다!^^

parioli 2006-06-2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겨울 일산에 살 때, 성현아 비슷한 사람이 영화를 찍길래 물었더니, 성현아가 맞고 김기덕 영화라고 했는데, 그건가 봐요.
알라딘 사람들 모여서 같이 보는 건 어떨까요? ㅎㅎ

로쟈 2006-06-2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알라딘영화관이 생기거나 알라디너 무료 시사회라도 마련된다면 가능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