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주의 과학서'를 고른다. 오래 기다린 책이기도 한데,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이 번역돼 나왔다. 원서와 마찬가지로 두 권짜리다(원서는 진작에 구입해 둔 터이다). '어느 과학자의 탄생'이 1권의 부제이고, 2권의 부제는 '나의 과학 인생'이다.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의 저자이자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첫 회고록이다.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 편은 도킨스가 직접 밝히는 어린 시절과 지적 성장기, 그리고 생물학계에 일대 지진을 일으킨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목가적인 유년기, 지적으로 깨어나는 계기였던 옥스퍼드의 교육, 그의 과학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스승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2권 '나의 과학 인생' 편은 <이기적 유전자> 출간 이후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생물학자가 된 인생 후반부를 다룬다. 평생 지칠 줄 모르고 이어온 지적 모험들, 그의 인생을 수놓은 유명 과학자와 학자들, 탁월한 저서들과 그 저서를 관통하는 위대한 과학적 통찰과 해설, 가장 대담한 과학서로 평가받는 <만들어진 신>의 출간에 얽힌 이야기가 담겼다."
도킨스의 출세작은 <이기적 유전자>이고 내가 처음 읽은 책 역시 <이기적 유전자>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기적인 유전자>(두산동아, 1992)라고 나온 책으로 1992년에 동네서점에서 구입해서 읽고 대번에 반한 책이었다. 학부 4학년때의 일이다. 이후에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1993)란 제목의 증보판이 나왔다. 원저의 개정판을 옮긴 번역본으로, 나는 추가된 부분만 보충해서 읽었다. 그러니까 내가 읽은 <이기적 유전자>는 두 번역본의 합성판인 셈. 이후에 나온 전면개정판과 3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원서들도 모두 구입해서 갖고 있지만 새삼스레 다시 읽진 않았다. 올해가 <이기적 유전자> 출간 4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이번에 나온 자서전(회고록)은 그걸 기념하는 의미도 있겠다(원저는 지난해에 나온 것이지만).
사소한 고민 거리 중 하나는 40주년 기념판 원서를 구입할 것인가인데(지난 6월에 나왔다), 조금은 황당하게도 지난 9월에는 증보판 <이기적 유전자>가 하드카바로 출가되었다. 증보 4판이라고도 표기돼 있는 판본이다. 분량이 많이 늘어났기에 증보판인 건 확실해 보인다. 한국어판도 이에 맞추자면 증보판이 다시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졸지에 40주년판은 위치가 애매해져 버린 게 아닌가 싶다. 나로선 40주년판은 건너뛰고 4판의 보급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해야 할 듯.
92년에 읽은 <이기적 유전자> 이후 내겐 '도킨스의 모든 책'이 읽을 책이었다. 되짚어 보면 모든 책을 구입했으되,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적지 않다. 25년 간의 교분을 생각하면 분발해야겠다. 일단은 그의 자서전부터 다시 시작해볼 참이다...
16.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