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팬들이 '믿고 보는 감독'이란 말을 쓰는 것처럼 책에도 '믿고 읽는 저자'가 있다. 독일에 관한 책이라면 단연 제바스티안 하프너가 내게 그런 저자다(이를 테면 니의 '독일 인맥'이다). 반갑게도 하프너의 신작이 나왔다.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돌베개, 2016). 제목만 보고도 갖게 되는 느낌은 '그래 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독일사는 이걸로 정리!'로 요약된다. 300여쪽에 불과하니 가성비 또한 얼마나 좋은 것인지.
"독일 국민작가 제바스티안 하프너가 79세에 발표한 역작.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어느 독일인 이야기>와 함께 하프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은, 독일 제국의 건설부터 2차 대전 패전까지 '독일 제국 몰락의 역사'를 복기한다. 복잡다단한 역사를 거시적으로 읽어내는 데 탁월했던 하프너는 독일 제국이 넉넉잡아도 고작 81년간 존재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독자들을 새로운 생각의 프레임으로 끌어들인다."
내가 하프너의 팬이 된 건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때문인데,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팬이 안 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여하튼 세 권의 책이 완간되었으니 나대로 '하프너 3부작'이라고 이름붙이고, '필독서'라고 읽는다. 히틀러 이후의 독일 이야기는 빠진 게 되지만, 그건 또다른 인맥을 통해 카바할 문제다.
'인맥'이라고 적었으니 안면은 터두어야 할 것 같아서 찾아봤다. 에누리 없이 독일인다운 인상이다. 내년에 독일문학 강의를 계획하고 있는데(19세기 작가들부터 시작해서 토마스 만과 카프카까지 읽을 예정이다), 하프너의 3부작도 유용한 참고문헌으로 넣어놓아야겠다...
16.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