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학당 특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알라딘 중고매장 합정점에 들렀다. 지난달엔가 한번 들른 적이 있지만 약속장소였을 따름이고 책을 둘러보지는 않았었다. 이번에는 책도 좀 둘러보고 내심 커피도 한 잔 할 생각이었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여분의 자리가 전혀 없었다. 온라인 서점들마다 경쟁적으로 중고매장을 여는 이유가 딴데 있지 않았다. 여하튼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일단 쾌적하다는 것, 그럼에도 덧붙이자면 살 책은 별로 없다는 것. 내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다.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갖고 있는 건지 다시금 확인한 셈이기도 했다.

 

 

드문 가운데 거둔 수확이 다이진화의 <숨겨진 서사>(숙명여대출판부, 2006)다. 10년 전에 나왔고 지금은 절판된 책. 하지만 절판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로선 처음 보는 책이었다(흔한 일은 아니다). 이유는 저자가 내가 아는 저자로서 '다이진화'가 아니라 '따이진화'로 표기되었기 때문. 알라딘에서도 '다이진화'로는 이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 다이진화의 책을 여러 권 갖고 있으면서도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정보를 가질 수 없었던 이유다.

 

 

다이진화는 베이징대 교수로 중국의 문화연구 1세대에 속하는 학자다. 나는 <거울 속에 있는 듯>(그린비, 2009) 덕분에 알게 되었고, 이후에 그보다 먼저 나온 <무중퐁경>(산지니, 2007), 그리고 나중에 나온 <성별중국>(여이연, 2009)까지 구입해두었다. 나름대로 그의 책은 모두 갖추어놓았다고 생각했더니 처음 번역된 책을 놓쳤던 것.  

 

<숨겨진 서사>는 부제가 '1990년대 중국대중문화 읽기'다. "책은 중국 강소인민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당대대중문화비평총서'의 하나로서, 중국 학계에서는 최초의 본격적인 대중문화연구서이다. 중국대중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영화뿐 아니라 TV 드라마, 문학, 광고 등을 분석했다. 뒤늦게 1990년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21세기를 맞이했던 격동의 시대의 중국 대중문화를 통해 오늘을 이해하기 위함이다."라고 소개된다. 해서, 당장 볼 책은 아니지만, 수집가적 관심에서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다시 확인해보니 희귀본은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 없었다면 모처럼의 중고매장 방문이 헛걸음이 될 뻔했다.  

 

 

계산대로 바로 가려다 1만원도 안 되는 계산을 치르려니 좀 허전해서 한권 더 집은 책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여자라는 것>(지식여행, 2005)이다. 동네도서관에도 소장돼 있는 책이라 다시 꽂아두려다 정가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은 가격인지라 같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사실 나로선 처음 보는 책.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목록은 꿰고 있지만 <여자라는 것>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작품이다. 확인해보니 1956년작이고,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았다. 게다가 책에 대한 해설도 없기에 번역이 믿을 만한지도 의문이 들었고.

 

책을 펴낸 곳은 '지식여행'이라고 돼 있지만 표지에는 또 '작품'이라고 표기돼 있다(지식여행의 브랜드가 작품이라는 건지?). 문 닫은 출판사는 아니지만, <여자라는 것>과 나란히 냈던 가쿠타 미츠요(미쓰요)의 <대안의 그녀>나 <사랑이 뭘까>도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대안의 그녀>는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우에노 치즈코(지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은행나무, 2012)에도 언급돼 있어서 최근에 중고로 구입했다. 여성관을 보여주는 일본문학작품으로 <여자라는 것>과 짝을 맞출 수도 있겠다...

 

16.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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