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꼽을 만한 건 사뮈엘 베케트 선집으로 나온 첫 두 권이다. 소설로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와 <죽은-머리들/ 소멸자/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워크룸프레스, 2016)이 그것. 예고된 걸 보면 희곡을 뺀 소설, 시 평론 등이 근간 예정인데, 희곡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단편작가 내지 소설가로서 베케트의 전모를 처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반갑다. 당장 이번에 나온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만 하더라도 최초로 번역되는 작품이다(소설 3부작 가운데 <몰로이>와 <말론 죽다>는 번역된 적이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건 <몰로이> 한편). 먼저 펴낸 나탈리 레제의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워크룸프레스, 2014)가 일종의 예고편이었던 것일까.
아무려나 상당히 난해한 작품들이라 독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적인 산문의 한 극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미 나와 있는 베케트의 산문 작품으로는 <몰로이> 외에 <첫사랑>에 수록된 단편들이 거의 전부였었다.
희곡이 빠진다고 하니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지난 93년에 예니란 곳에서 <사무엘 베케트 희곡전집 1,2>가 출간된 적은 있었다. 나도 구해놓긴 했는데, 절판된 지 오래 돼서 강의에서 이용할 수가 없다.
<고도를 기다리며>만 주로 강의에서 다루곤 하는데, <엔드게임>(<막판>)이나 <오, 행복한 날들> 등의 작품도 마땅한 번역본이 나오면 다루고 싶다. 마치 세계문학 강의의 '엔드게임'처럼...
16. 0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