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새로운 책이 번역돼 나왔다. <세컨드 핸드 타임>(이야기가있는집, 2016). 두세 권은 더 소개될 걸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원저는 2013년작이므로 말 그대로 최근작이다. 먼저 나온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 2015)와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 2011)은 각각 1985년과 1997년에 나온 책이다.
제목은 러시아어를 영어 표현으로 옮긴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붙여졌다('타임'만 빼고). 우리식으로 하면 '세컨드 핸드 시간'이 원제다. 부제는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사회주의적 인간' 혹은 '소비에트적 인간'이란 뜻으로 알렉산드르 지노비예프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소련의 붕괴에 주목하여 살아남은 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독일에서 출간된 지 일주일 만에 9,000부가 판매되었으며, 프랑스, 미국 등 35개국에서 출간되며 변화된 시대를 살아간 인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2013년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독일출판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프랑스 에세이 부문 메디치상을 수상, 문학잡지 '리르Lire'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아직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은 책이기도 한데, 알렉시예비치는 영미보다는 독일 쪽에서 압도적인 지지와 반응을 얻어낸 작가다. 특별히 이 책은 메디치상도 수상한 만큼 프랑스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킨 듯싶다.
아무려나 알렉시예비치의 모든 책을 환영하는 만큼 갑작스런 출간은 새해 선물처럼 여겨진다(나는 러시아어본도 갖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러시아현대문학 시리즈'의 1권이기도 하다. 근간 예정 목록을 보니 디나 루비나, 예브게니 그리시코베츠, 안드레이 볼로스, 루벤 갈레고 등 모두가 생소한 작가들이다(2004년 이후로 러시아 작가들의 현황이 내겐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다). 대단히 모험적일 수 있는 기획이지만 나로선 대환영이다. 무탈하게 시리즈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일단은 알렉시예비치와 함께할 시간이다...
16. 0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