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아주 오랜만에 동창회 모임이 있어서 곧 나가야 하는데, 30분 정도 남은 자투리 시간에 잠시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났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써내려가던 모스크바통신. 그건 이렇게 시작했었다:

"예정대로 마지막 통신문을 쓰기로 한다. 지난주에 결혼이야기호모 레겐스(Homo Legens), 책을 읽는 인간이란 제목의 통신문을 더 쓸 수도 있었지만, 나는 말년 휴가를 보내는 기분으로 그냥 쉬었다. 물론 지난 수요일에 모스크바에서 사들인 책들을 서울로 배송하는 중대사(重大事)를 치르긴 했다(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그러니 나름대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젬피라의 노래 다스비다냐(러시아어의 작별인사)를 듣던 2주 전부터 마음은 이미 모스크바를 떠나가고 있었다(안녕, 내가 사랑하는 도시여…”). 예정대로라면, 나는 모스크바에서 10개월 10일째를 맞는 날 한국행 아에로플로트(러시아항공사)에 몸을 싣게 될 것이다." 오늘 밤에는 그 젬피라의 라이브나 감상해야겠다(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길 http://www.youtube.com/watch?v=vOTA1r9oUTM).

그리고, 모스크바. "며칠 전부터 모스크바의 기온도 제법 떨어졌다. 낮기온이 영하 15도 안팎이고 밤에는 18-20도 정도까지도 떨어지는 듯하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눈보라까지 치는 바람에 체감기온은 더 떨어졌었고. 모스크바의 겨울에 다소간 실망(?)하고 있던 차에 이번 추위는 모처럼 겨울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간혹 한국에서 맛보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아니다. 수북하게 쌓인 눈들과 함께 찾아오는 추위라서 눈보라만 없다면 오히려 포근한 느낌마저 전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오랜 시간을 밖에서 보내는 건 곤란하지만." 물론 올해라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다.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갔었으니!

사진은 내가 기숙하던 모스크바대학 본관 건물의 초저녁 야경이다. 오랜만에 대하는 '친숙함'이군! 아래는 정문쪽에서 바라본 모습. 스탈린 양식의 이 건물은 1949-1953년에 지어진 것이며 독일군 포로들이 대거 공사에 동원되었다고. 

그리고 크레믈린의 야경. 모스크바에서 '열린음악회'가 개최되던 날 본 모습과 가장 유사하다.

자주 밤하늘을 수놓던 불꽃놀이들...

이젠 기억 속으로...

동창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또다른 기억 속으로...

06. 02. 01.   

P.S. "어디라고? 강남역 8번 출구? 알았어. 그래 갈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