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의 말 -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윌리스 반스톤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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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말>(마음산책, 2015)은 보르헤스 여든의 인터뷰집이다(그는 여든 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에 이어서 나온 걸 보면 작가 인터뷰가 시리즈로 나오는 듯싶어 기대가 된다. 인터뷰집을 이곳저곳 읽다가 '딱 보르헤스!'다 싶은 곳이 있어서 밑줄긋기를 해놓는다. 원서는 보르헤스의 다른 인터뷰집, 강연집과 함께 바로 주문을 했다. 퇴원 이후 첫 책주문이다...

 

나는 인생이, 세계가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탈출할 수 없고 그저 꿈만 꾸는 거죠. 우리는 구원에 이를 수 없어요. 구원은 우리에게서 차단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나의 구원은 글을 쓰는 데 있다고, 꽤나 가망 없는 방식이지만 글쓰기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계속해서 꿈을 꾸고, 글을 쓰고, 그 글들을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셨던 충고와 달리 무모하게 출판하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게 내 운명인걸요.

내 운명은 모든 것이, 모든 경험이, 아름다움을 빚어낼 목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는 실패했고, 실패할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삶을 정당화할 유일한 행위니까요. 끊임없이 경험하고 행복하고 슬퍼하고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는 수밖에요. 나는 늘 이러저런 일들에 어리둥절해하고, 그러고 나서는 그 경험으로부터 시를 지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많은 경험 가운데 가장 행복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아, 책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답니다. 나는 새 책을 적게 읽고,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건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군요. -15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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