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의 <땅의 혜택>(문학동네, 2015)을 고른다. "황무지에 자리잡은 한 남자의 일생을 서사적으로 그린 소설로, 자연의 위대함과 그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생명력을 찬미한 걸작이다. 산업화, 도시화에 대한 비판과 기계 문명에 대한 회의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유럽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함순이 1920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간에 함순의 작품으론 <굶주림>(창, 2011/ 범우사, 2006)과 중편 <목신 판>(시공사, 2014)만 소개돼 뭔가 아쉬었는데(<목신 판>에는 중편 <빅토리아>도 수록돼 있다) 대표작 <땅의 혜택>이 번역돼 일단 해갈은 됐다. 책소개에서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크누트 함순의 작품이 유럽 근대문학에 끼친 영향은 실로 거대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굶주림><목신 판> 외에 제대로 알려진 작품이 거의 없어 아쉬운 면이 있었다.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출간된 <땅의 혜택>은 함순의 대표 걸작으로, 작가의 문명 비판적인 시선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철학이 잘 드러나 있어 크누트 함순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땅의 혜택>의 출간으로 함순 문학의 본령에 다가갈 수 있는 초석이 놓인 셈이다.
함순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작가는 폴 오스터와 다닐 하름스이다. <굶기의 예술>(나중에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으로 다시 나옴)에 <굶주림>에 대한 글이 실려 있어서였고(카프카의 <단식광대>와 같이 다뤘다), 하름스의 단편들 역시 함순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름스가 특히 영향을 받은 작품은 함순의 <미스터리들>이다(<신비한 이야기들>이라고 해야 할까?). <땅의 혜택>이 나오니까 이젠 <미스터리들>도 소개되면 좋겠다 싶다...
15. 07.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