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나무의철학, 2015)를 꼽는다.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국내 개봉은 아직 미정) 캐리 멀리건 주연의 영화 <파 프롬 더 매딩 크라우드>(2015)의 원작이다. 1874년에 발표된 하디의 네번째 소설로, 주요 작품으로는 첫 소설로 꼽힌다. 이전에 <광란의 무리를 멀리하고>(영풍문고, 1997), <속된 무리를 떠나서>(한국외대출판부, 2001) 등으로 번역됐던 작품이 이번에 새로 번역돼 나왔다. 영화의 경우도 멀리건 주연판 이전에 두어 번 나온 적이 있는데(줄리 크리스티 주연판을 포함), 아무래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멀리건 주연의 신작이다.
19세기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를 세상에 널리 알린 불후의 고전. 하디에게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첫 소설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 10'(가디언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피터 박스올)에 꼽힐 정도로 영화와 연극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각색되고 리메이크되며 사랑받아온 걸작이다. 2015년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캐리 멀리건 주연의 영화 <파 프롬 더 매딩 크라우드> 또한 이 작품을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면서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42년 전, 1874년에 '콘힐 매거진'에 익명으로 연재되면서 매 회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냈던 이 소설은 영국 남부의 장중한 전원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독립적인 성품의 여성 밧세바 에버딘과 그녀를 둘러싼 세 남성의 사랑과 욕망을 탁월한 문체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해제를 쓰느라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해제의 서두는 이렇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하디가 1874년에 발표한 그의 네 번째 소설로 상업적으로는 첫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콘힐 매거진>에 익명으로 연재되었을 때는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엇의 작품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한다. 아마도 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지 싶다. 하디는 자신의 개성이 감지되지 않은 걸로 생각해서 그런 오해를 못마땅해 했지만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이나 <사일러스 마너> 같은 작품을 통해서 그보다 앞서 명성을 얻은 조지 엘리엇과 동일시되었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할까.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으로부터 시작하는 19세기 영국 소설이 샬럿 브론테(<제인 에어>)와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 자매를 거쳐서 조지 엘리엇으로 그 계보가 이어진다면 이 여성 ‘4대 작가’에 맞서는 남성 작가가 바로 찰스 디킨스와 토머스 하디다. 남성 작가라고는 해도, 한 세대 앞선 디킨스와 달리 매우 개성적인 여자 주인공들을 그려낸 점을 고려하면 하디가 여성 작가로 오인된 것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아니 여성 인물의 주체적 형상화란 면에서는 오히려 여성 작가들보다도 더 멀리 나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경우 ‘최초의 페미니스트 문학’이란 평판까지 얻었을 정도다. 물론 그런 평판은 밧세바 에버딘을 염두에 둔 것이겠다.”
19세기 영소설에 대한 강의를 2학기에 기획하고 있는데(제인 오스틴부터 토머스 하디까지다), 하디의 작품도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를 포함해 몇 편 다룰 예정이다. 후기작에 해당하는 <테스>와 <이름 없는 주드> 등이 예상 목록이다. 지난해에는 나스타사 킨스키 주연의 영화 <테스>(1979)가 재개봉되기도 했는데,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도 조만간 국내 개봉되기를 기대한다...
15. 0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