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김도련 선생이 풀어쓴 <주주금석 논어>(웅진지식하우스, 2015) 개정판이 나왔다. 1990년에 초판이 나왔었다는데, 논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이전이라 기억에 없는 책이다. 개정판이 나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논어>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린 획기적 저술로 평가 받으며, 이후 숨은 명저로 끊임없이 사랑 받아왔다"는 책이다. 어떤 책인가.
인문학 특히 고전 공부의 첫 걸음이라 하면 누구나 <논어> 를 떠올린다. 하지만 논어 공부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은, 옛 공부에는 옛 해석의 깊이까지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주금석 논어> 는 가장 기본이 되는 주자의 해석에 다산의 해석을 아우른 유일한 저서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을 보이는 <주주금석 논어> 는 오늘의 독자들에 맞춰 표기법과 옛 말투를 손보고 우리말로 풀어 더 읽기 쉽도록 했으며, 원음에 독음을 달아 편의를 더했다. 깊이 있게, 제대로,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책. 수세기를 이어온 <논어> 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면서도, 새로운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이다.
주자의 해석에다 다산의 해석을 아울렀다는 게 강점인데, 다산의 <논어고금주>는 워낙 방대한 책이기도 해서 나 같은 독자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두 권 분량으로 갈무리돼 있으니 <논어> 읽기의 표준으로 삼아도 좋겠다.
인문 독자라면 대개 그렇겠지만 나도 꽤 여러 종의 <논어> 번역본을 갖고 있다. 기본은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1,2,3>(통나무, 2008)인데, 이사를 하면서 따로 챙기지 않아서 어디에 꽂혀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에 띄는 대로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김도련 논어> VS <도올 논어>라고 할까.
거기에다 두 종을 더한다면, 배병삼 교수의 <한글세대가 본 논어 1,2>(문학동네, 2002)와 심경호 교수의 <논어1,2,3>(민음사, 2013) 정도를 읽고 싶다. 주자와 다산의 해석을 참고한 건 심경호 교수의 <논어>도 마찬가지다.
중국 사상의 원천 <논어>를 한문학자 심경호 고려대학교 교수의 강의로 읽는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는 2500여 년에 걸쳐 읽히고 있는 동양 고전의 정수이다. 최근 <논어>에 대한 자기 계발 서적이 범람하고 있으나 정작 신뢰할 만한 해설서는 드문 실정이다. 한문 고전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정평이 난 심경호 교수는 <논어> 읽기에 첫발을 내딛는 초행자를 위해 곧은길을 안내한다. 심경호 교수는 동양 고전 연구의 권위자로 <논어>의 현재적 의미를 쉽고 친절하게 풀이하는 동시에, 주희와 다산의 권위 있는 옛 주석을 바탕으로 매 구절을 정확하게 해설한다.
다시, <주주금석 논어>로 돌아오면, 제자 정민 교수의 머리글 '만 냥짜리 논어'에 흥미로운 일화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의 서두에 소개된 ‘만 냥짜리 논어’ 이야기는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와의 일화로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정민 교수가 정릉의 김도련 선생 댁으로 한학을 배우러 다닐 당시 선생은 정민 교수에게 낡은 책 두 권을 보여주셨다. 그 책은 일제 말기 공출로 끼니가 어렵던 시절 아버지께서 뒤주의 쌀을 모두 내어 선생에게 사준 책이었다. 옆에서 책값이 비싸다고 타박하던 친구에게 “여보게! 저 아이가 이 책을 만 냥짜리 책으로 읽으면 책값이 만 냥짜리가 될 터이고, 한 냥짜리 책으로 읽으면 그 값밖에 안 될 것일세. 책을 보겠다고 10리 길을 사람을 데려왔는데 책값을 깎겠는가?”라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선생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계셨다. 그때 선생은 <논어>를 ‘만 냥짜리 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이후 47년 만에 <주주금석 논어>를 펴냈다. 10년에 걸쳐 작업한 역작이었다.
그 '만 냥짜리' 책이 번듯하게 재출간돼 반갑고 다행스럽다...
15. 0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