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쪽에서 '이주의 발견'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문학동네, 2015)다.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나온 책인데, 이 시리즈의 작가들 대부분이 국내에 덜 알려진 거장들이지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는 나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1939년생으로 "2000년대부터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된 이탈리아 현대 작가이자 명망 있는 중부유럽 연구가"라고 소개된다.

 

 

알고 보니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민음사, 2007)에 단편이 하나 소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대표작은 <다뉴브>(1986), <작은 우주들>(1997), 두 권의 에세이로 '인문서가' 시리즈에서는 이 두 권이 번역된다. 중부유럽을 관통하는 다뉴브 강 이야기에 무엇을 담고자 했는가.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수원지에서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지나 흑해로 흘러들어가는 다민족의 피.눈물.땀의 트랙, 다뉴브 강의 오디세이아. 산문과 소설, 역사와 일화, 정치와 우화, 문학과 신화가 뒤엉킨 에세이 문학의 걸작. <다뉴브>는 중부유럽 역사의 강변을 걷는 한 인문주의자의 소요하는 정신의 기록, 그 물길의 기원과 과거, 현재, 미래의 강을 겹겹의 눈으로 비추는 시간의 책, 강물의 책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그리스의 유장한 문체와 더불어 하이데거, 아이히만, 셀린, 싱어, 무질, 카프카, 카네티, 루카치, 프로이트, 슘페터, 요제프 로트, 다닐로 키슈 등 중부유럽 역사의 급류에 휘말린 정신의 소용돌이를 만난다. 

소개만으로도 묵직함과 유장함이 느껴진다(호기심에 영어본도 바로 주문했다. 알라딘에서는 품절이어서 교보로). 역자 해설의 한 대목.

 

마그리스의 대표작 <다뉴브>는 2860킬로미터의 다뉴브 강을 수원에서 흑해로 들어가는 거대한 하구까지 4년간 여행하며 중요한 도시들(울름, 레겐스부르크, 파사우, 린츠, 빈, 베오그라드, 부다페스트 등), 거대한 초원과 습지 등 다채로운 자연과 더불어, 그 강을 끼고 존재하는 민족, 관습, 문학, 역사, 언어 문제를 살펴보고 난 후 집필한 여행 에세이다. 역사적으로 중부유럽의 뿌리를 연구할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서 출발하여 인간 존재와 삶까지 명상하는 존재론적 경험으로서의 여행 에세이다.

여행 에세이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듯싶다. 분량이 좀 되기 때문에 완독까진 시간이 좀 걸릴 듯하지만(그래도 4년 안으로는 읽을 터이다!), 어쩌면 '올해의 발견'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도 든다. 여차하면, 빈과 부다페스트 여행까지 좀더 일찍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15.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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