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젝 책이 나왔다.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 2015). '이슬람 총서'의 하나로 예고되었을 때 어떤 책인가 궁금했는데 원제는 '이슬람과 모더니티'이다. 하지만 구글에서 이런 제목의 글이 눈에 띄지 않아 이런 제목의 글이나 책이 있는지는 헷갈린다. 짐작엔 따로 단행본이 있지 않고 이슬람에 관해 지젝이 쓴 글을 모아놓은 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출처는 책을 손에 들면 알게 되리라. 소개는 이렇다.
지젝은 이미 <예수는 괴물이다>나 <죽은 신을 위하여>에서 기독교를 분해하고 비판했다. 이 책은 대상을 이슬람교로 바꾸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다. 그는 묻는다. 혹시 테러리스트가 보이는 저 열정은 오히려 그에게 진짜 확신이 없음을 증거하는 게 아닐까? 얼마나 믿음이 연약했기에 풍자 주간지에 실린 한심한 만화를 보고 위협을 느꼈겠는가! 말하자면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휘두른 폭력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확신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이미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 우리가 세운 기준을 슬그머니 이용해 자신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겠다. 많은 이가 테러에 맞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를 외치면서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옹호했지만,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사이에 대립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대립은 결국 가짜 대립이며, 두 세력은 상대를 전제하면서 서로를 만들어낸다.
지젝의 신간으로는 <사건>(2014) 이후에 <절대적 반동>(2014), 그리고 지젝에 관한 책으론 <지젝을 반복하기>(2015) 등이 있다. 마지막 책은 근간 예정. <천국의 곤경>(2014)도 작년에 나왔지만(부제는 '역사의 종말에서 자본주의의 종말까지'다), 희한하게도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천국의 곤경>과 <절대적 반동>을 나란히 다룬 테리 이글턴의 리뷰를 온라인에서 읽어볼 수 있다. 이 책들도 소개되길 기대한다...
15. 03.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