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와 함께 동시대 미국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코맥 매카시의 신작이 나왔다. <선셋 리미티드>(문학동네, 2015). 신작으론 <카운슬러>(민음사, 2013) 다음인데, 작품으론 퓰리처상 수상작인 <로드>의 형제격이라고.

 

이 소설은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로드>의 형제와도 같은 작품이다. 매카시는 서사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두 작품 <로드>와 <선셋 리미티드>를 통해 소설 구성에 있어서 큰 실험을 감행한 동시에 인간의 운명이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심오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독특한 형식과 내용으로 호평 받은 <선셋 리미티드>는 출간 이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2011년에는 코맥 매카시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토미 리 존스의 연출로 HBO 채널에서 드라마영화로 제작되었다. 주연 캐스팅도 화제였는데, 연출을 맡은 토미 리 존스가 백인 역할을 겸했고 새뮤얼 L. 잭슨이 흑인으로 분했다.

주요 작품들이 모두 영화화되고 있는 것도 매카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왕이면 영화까지도 보고 싶다. 사실 전작 <카운슬러>의 영화판은 평단의 혹평을 받았지만 나로선 재미있었다(훌륭한 작가가 반드시 훌륭한 시나리오까지 쓰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었고).

 

 

 

국내에서는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유명하지만 코맥 매카시의 명성을 높여준 건 <모두 다 예쁜 말들>로 시작하는 '국경 3부작'이다. 거기에 <핏빛 자오선>까지 포함하면 '코맥 매카시의 세계'가 된다. 언젠가 이 작품들에 대해서도 차례로 정독하고 강의해보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는데, 올해 어렵다면 내년에는 실현시키고 싶다.

 

 

매카시와 함께 미국 여성작가 루이스 어드리크를 같이 꼽은 건 물론 <라운드 하우스>(문학동네, 2015)가 번역돼 나왔기 때문인데, 전미도서상 수상작가라는 점에서도 같이 언급될 만하다. 매카시의 <모두 다 예쁜 말들>이 199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고 <라운드 하우스>가 2012년 수상작이다. 매카시가 33년생이고 어드리크가 54년생이므로 둘 사이의 연배도 얼추 20년 차이다. <비둘기 재앙>(문학동네, 2010)으로 처음 소개된 어드리크의 작품은 <사랑의 묘약>(문학동네, 2013), <그림자 밟기>(비채, 2014)까지 네 편이 번역된 상황인데, 미국에서는 소위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연구서도 여럿 나와 있다.

 

첫 장편소설 <사랑의 묘약>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영문학자 토마스 C. 포스터 선정 '미국을 만든 25권'과 아마존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도서 100선'에 꼽히며 평단과 동료 작가와 언론으로부터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은 작가, 2014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 벨로 상을 수상한 작가 루이스 어드리크. <라운드 하우스>는 그의 열네번째 책이자 2012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다. 2009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이었던 <비둘기 재앙>의 자매편 격인 작품이다. <비둘기 재앙>에서 보호구역 부족판사와 부족민 등록 전문가로 만나 늦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린 안톤 바질 쿠츠와 제럴딘 밀크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 조가 <라운드 하우스>에서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드리크는 한 인간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파헤쳐 한 사회 전체의 기반이 되는 진실을 두드린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이다. 아무튼 <선셋 리미티드>나 <라운드 하우스>나 미국문학의 대표급 작가들의 솜씨를 감상해볼 수 있는 두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15.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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