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작가, 아니 남미의 경우에는 국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므로,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작가 가운데 한 명인 홀리오 코르타사르(창비 표기론 '꼬르따사르')의 단편집이 출간됐다. <드러누운 밤>(창비, 2014). 코르타사르의 장편이 번역되길 더 기대했지만 단편도 뛰어나다고 하니 아무려나 반갑다. 몇몇 단편 선집에 그의 작품이 수록된 적은 있으나 제대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르타사르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두 가지다. 가르시아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등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붐 소설을 주도했으며, 카를로스 푸엔테스까지 포함하면 중남미 현대문학의 4인방쯤 된다는 것이 하나이고, 로베르토 볼라뇨가 가장 숭배하는 남미작가라는 게 다른 하나. 내 식으로 구분하자면 볼라뇨는 현대 남미문학을 마술적 리얼리즘 계보와 비마술적 리얼리즘 계보로 나누는데, 마르케스와 코르타사르가 각각을 대표한다. 그리고 볼라뇨 자신은 코르타사르파에 속한다. 그런 관점에서 좀 읽어보고 싶었는데, 볼라뇨 컬렉션이 17권이나 나오는 동안 코르타사르는 (난해한 탓인지?) 거의 소식이 없었다.

 

 

볼랴뇨의 작품도 <야만스러운 탐정들>만 읽었을 뿐, 아직 대부분 읽지 않은 상태라(그래도 책은 거의 모은 듯하다) 이번 겨울에 유작 <2666>을 비롯해서 몇 권 더 읽어봤으면 한다. 마르케스나 요사, 이사벨 아옌데 등의 대표작을 읽은 터라, 다른 계보의 작가들에 대한 독서도 균형안배 차원에서 읽어두고자 하는 것이다.

 

 

<드러누운 밤>이 출간된 김에 어젯밤에 바로 주문한 영역본은 장편 <팔방놀이>와 단편집 <확대>(원제는 '악마의 침')다. 영어본으로는 두 작품을 같이 묶은 작품집도 나와 있다. 볼랴뇨 때도 그랬듯이 미지의 작가를 만나는 일은 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을 기다리던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한다. 책들은 주문해놓았으니 방학보다 훨씬 일찍 만나게 될 것이다. (책중독자라면 알겠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도 꽤 근사하다... 

 

14.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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