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한 명의 철학자와 두 명의 동서양 작가를 골랐다. 먼저 <호모 사케르>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신작이 나왔다. <벌거벗음>(인간사랑, 2014). <사물의 표시>(난장, 2014), <도래하는 공동체>(꾸리에, 2014)까지 포함하면 올해 나온 세번째 책이다.
10편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는데, 제목 그대로 '벌거벗음'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신학적 성찰을 읽을 수 있다. 아래는 바네사 비코로프트의 전시작품(<벌거벗음>, 109쪽).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의 <소송>과 <성>을 다룬 에세이들에 우선적으로 관심이 간다. 내년초에 카프카의 작품들을 강의에서 다룰 예정이어서 더 눈여겨보게 된다.
두번째 저자는 로맹 가리. 주요 작품들이 계속 번역되고 있어서(올해만 세 권이 더 나왔다) 그의 신간 출간이 뉴스는 아니지만 이번에 나온 <인간의 문제>(마음산책, 2014)는 국내에 소개된 첫 산문집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1957년부터 권총자살한 1980년까지 쓴 글들을 모은 것인데, 인터뷰도 몇 편 포함돼 있다. 로맹 가리 독자들에겐 좋은 연말 선물이 될 듯하다.
로맹 가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마음산책의 여덟 번째 로맹 가리 책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첫 산문집 <인간의 문제>가 출간되었다. 1956년 12월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뒤부터 세상을 뜬 1980년까지 그가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33편 글을 엮은 최초의 책이다. 당대, 역사,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 문제 전반에 관해, 에세이, 특별 대담, 각종 신문이나 잡지, 여러 책에 수록한 글들이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그의 도저한 작가적 여정은 물론 개인사까지도 아우르며 소설과 영화만으로 도달할 수 없었던 로맹 가리라는 대지의 새로운 발견을 선물한다. ‘로맹 가리’ 또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인간’ 로맹 가리의 모습을, 그가 일궈온 문학 세계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로맹 가리는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인도 작가 쿠쉬완트 싱.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델리>(아시아, 2014)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1993년에 처음 소개됐던 작품. 원작이 1990년작이므로 바로 번역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편이지만 쿠쉬완트 싱은 인도에서 가장 저명한 작가의 한 명. 가디언지는 이렇게 소개했다.
99세의 나이로 사망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쿠쉬완트 싱은, 체제 비평과 위선에 대한 도전자로서 인도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인도 최고의 편집자이기도 했던 싱은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는 언제나 풍부하고 열린 정신과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추구했고, 무엇보다도 관대했다.
국내에는 <델리>와 함께 절판된 <몬순>(혜문서관, 1992)밖에 소개된 적이 없어서 전모를 가늠하긴 어렵다. 몇 작품 더 번역되면 좋겠다. 참고할 만한 소개는 이렇다.
쿠쉬완트 싱이 일흔다섯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저자가 25년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 1950~60년대의 왕성한 활동 이후, 일흔의 노구로 다시금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 시발점과 같은 작품이다. 완성도는 물론 소재와 주제의 강렬함 때문에 출간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소설이 출간되자 인도에서 호평과 악평, 극과 극의 의견이 충돌했다. 호평은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그려냈을 뿐 아니라 델리의 역사를 다채로운 기법으로 소설적 구성 속에 담아냈다는 것이었고, 악평은 쿠쉬완트 싱을 <악마의 시>로 유명한 살만 루시디와 동일시하여 <델리>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슬람교를 음해하려는 선전 캠페인이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순전히 에로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편 <델리>는 소위 ‘잘 나가는’ 인도 소설의 대표 주자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7대 소설을 뽑자면, 인도의 국민 작가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 행 열차>와 <델리>,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비카스 스와루프의 <슬럼독 밀리어네어>,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문제작이자 부커 상 같은 큰 상을 수상한 걸작이기도 하다.
거명된 일곱 작품 가운데 쿠쉬완트 싱의 <파키스탄행 열차>만 아직 번역되지 않은 셈이니 조만간 구색이 맞춰지길 기대한다. <화이트 타이거>와 <적절한 균형>도 조만간 구해놓아야겠다...
14.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