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와 파트릭 모디아노 같은 프랑스문학 거장들에 대한 강의를 구상해보다가 차세대 거장들에는 누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르 클레지오나 모디아노가 1940년대생 작가들인 만큼 차세대라면 60년대생쯤 되겠다. 1970년생 이후라면 '젋은 피'에 속하겠고. 당장은 가늠해볼 능력이 없어서 그냥 최근에 나온 프랑스 작가들의 신간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들을 골랐다. 1962년생인 필립 클로델과 1969년생 마리 다리외세크. 필립 클로델은 초면이고(폴 클로델과 같은 집안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듯하다), 마리 다리외세크는 구면이지만 오랜만에 접한다.  

 

 

필립 클로델은 산문집 <향기>(샘터사, 2014)가 최근에 나왔다. 초면이라고 적었지만 이미 여러 작품이 국내에 소개돼 있는데, 대표작은 첫 번역서이면서 2003년 르노도상 수상작인 <회색 영혼>(미디어2.0, 2005)이다. 이후 <무슈 린의 아기>(미디어2.0, 2006), <브로덱의 보고서>(미디어2.0, 2010) 등이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고, 잠시 뜸하다가 이번에 산문집이 출간된 것. <향기>는 2012년에 나온 것으로 번역본의 부제는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이다.

소설 <회색영혼>, <브로덱의 보고서>, <무슈 린의 아기>의 작가이자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차가운 장미><싸이런스 오브 러브>의 감독 필립 클로델이 쓴, 냄새와 추억에 대한 공감각적 산문집. '아카시아'로 시작해 '여행'까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63편의 짧은 산문은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 생생한 문학적 체험을 선사한다.

 

소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이력도 자랑하는데, 대표작이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2008)다(국내에서는 2010년초에 개봉했던 걸로 뜬다). 낭시대학의 문학교수이기도 하다니까 '쓰리잡'의 작가라고 할까. 아래 사진은 토론토영화제에서 주연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포즈를 취한 감독 필립 클로델.

 

 

한편 <암퇘지>(열린책들, 1999/2001)의 저자로 기억하는 다리외세크의 책도 오랜만에 출간됐다(고등사범 출신의 여성 작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사이에 <유령들의 탄생>(열린책들, 2002)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로부터도 무려 12년이 흘렀다.

 

 

이력을 보니 그 사이에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국내 출판사의 구미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춘기 성을 다룬 이번 소설은 2011년작. 2013년에 발표한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하면서 프랑스문단에서는 차세대 대표작가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좋은 평판을 얻었다면 국내에도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아래 사진이 작가의 근황을 보여준다.

 

 

과연 누가 진정한 거장의 자리에 오르게 될지는, 다시 10년쯤 뒤면 알게 되리라...

 

14.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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