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만한 아침습관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통상 포털에서 밤사이 뉴스를 훑어보고 간혹 스포츠경기의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본 다음에 다시 새로 나온 책들을 검색한다. 한 주간의 주문이나 포스팅에서 빠진 책들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새로 주문을 넣거나 이렇게 포스팅 서플먼트성 페이퍼를 적는다. 최근에 두 중국인 저자의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1941년생 류짜이푸와 1947년생 이중톈. 개인적으로 두 사람을 묶을 수 있다면, 내가 '전작'을 갖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류짜이푸의 절판된 책 <고별혁명>을 소장하고 있는지 긴가민가해서 아침에 중고본을 다시 주문했다. 구입한 기억은 있는데 알라딘의 구매리스트에는 없다. 다른 서점에서 구입한 건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각각 마이리스트도 만들어놓은 적이 있는 저자라는 점.

 

 

류짜이푸의 신간은 <인간농장>(글항아리, 2014)이다. 원제는 '인성제상(人性諸相)'. '인간성의 갖가지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번역본은 공식적인 부제는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인간성을 논하다'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바로 떠올린 책이 <류짜이푸의 얼굴 찌푸리게 하는 25가지 인간유형>(예문서원, 2004)인데, 알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농장>은 새로 쓴 단행본이 아니라 류짜이푸의 잡문 선집으로 1부의 '인간의 모습'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인간론 25종>(<류짜이푸의 얼굴 찌푸리게 하는 25가지 인간유형>의 원저)에서 실렸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인간성을 묘사하는 글들을 꽤 발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학술적인 저작도 펴내면서 잡문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제가 이런 산문을 쓰는 것은 실험적 작업일 뿐입니다. 혹 어느 비평가가 이것을 산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이 글은 인간성과 인간의 생존 상황을 직접 보고 증명한 것이고, 문학이 해낼 수 있는 일도 바로 '직접 보고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류짜이푸가 '학술 연구'라고 분류한 책에는 <고별혁명>(북로드, 2003)과 <쌍전>(글항아리, 2012) 같은 책이 있는데, 거기에 <전통과 중국인>(플래닛, 2007)도 포함할 수 있겠다(<죄와 문학>, <리쩌허우 미학 개론> 등도 흥미를 끄는 타이틀이지만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저자는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을 떠나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디아스포라 지식인. 인간성에 대한 신랄하고 익살맞은 풍자를 읽다보면 루쉰의 잡문 정신이 이런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프로필을 읽다 보니 류짜이푸와 이중톈은 학연도 갖고 있다. 류짜이푸가 중국의 샤먼대 중문과를 졸업했는데, 이중톈이 샤먼대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를 '학연'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넓디넓은 중국 대륙을 생각하면 퍽 '가까운' 인연처럼도 여겨진다. 류짜이푸와 함께 이중톈을 호명한 것은 <이중톈의 품인록>(역사의아침, 2014)이 최근에 다시 나왔기 때문. 전에 <품인록>(에버리치홀딩스, 2007)이라고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다. '5천 년 중국사를 뒤흔든 5인의 흥망성패'가 부제로 이중톈식의 '인물평설'이다.

저자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을 만큼 인물 품평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항우.조조.무측천.해서.옹정제 등 뛰어난 능력과 개성으로 세상과 대결한 논쟁적 인물들을 품평하고 있다.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은 개인의 성품이나 인격과 무관하지 않았다. 단순히 승리나 패배라는 결과로, 또는 집단문화와 도덕의 잣대로 쉽게 단죄할 수 없는 인물들의 면면을 저자의 문학적 감성, 깊이 있는 안목, 남다른 통찰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어느 해 겨울인가 이중텐의 책을 연이어 몇 권 읽을 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인간농장>이나 <품인록>이나 갖가지 인간에 대한 품평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로군. 다만 류짜이푸가 익명의 다수를 다룬다면, 이중톈은 소수의 역사적 인물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알다시피 이중톈의 신작이자 역작은 한창 출간되고 있는 <이중톈 중국사>다. 번역본은 현재 3권까지 나와 있는데, 아직 장구한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모아서 읽어보고 싶다(그러러면 4권 이후도 제 페이스로 무탈하게 출간되어야 할 텐데, 그러길 기대한다). 그래, 겨울엔 또 겨울에 읽을 책들이 있는 것이지. 우리가 살아있다면 말이야... 

 

14.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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