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에서 출간되는 '세계문학 단편선'의 신간은 터키 작가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의 작품집인데, 근간 예고에 미국의 여성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1925-1964)가 포함돼 있어서 드디어 책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웬걸, 이미 출간돼 있었다! 지난 여름에 나온 단편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문학수첩, 2014)가 그것이다. 어쩌다 놓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늦게나마 '이주의 고전'으로 꼽아놓는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현대문학판도 추가되면, 올해는 플래너리 오코너가 처음 소개된 해로 기록되어도 좋을 듯싶다. 어떤 작가인가.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 '고딕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플래너리 오코너. 요절한 탓에 작품 수는 적지만,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동시대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에 비견될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숨은 거장인 그의 대표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가 마침내 국내 독자들에게 번역 소개된다. 그의 단편집은 전미 도서상과 오헨리 단편문학상 수상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공인받았으며, 수록 작품들이 미국 대학들의 영문학과 커리큘럼에 매번 빠지지 않고 포함될 만큼 작가의 문학적 성취는 학문적으로도 널리 인정받는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던 20세기 초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청교도적 금욕으로 자신을 옭아맨 채 부자유스러운 욕망을 꿈꾸었던 미국 남부인들의 위선적인 삶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그들의 참혹하고 우스꽝스러운 최후를 보여주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플래너리 오코너란 이름을 접한 건 J. D. 매클라치의 <걸작의 공간>(마음산책, 2011)에서였나 싶다. 윌리엄 케인이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와 도널드 프리드먼의 <작가의 붓>(아트북스, 2014)에서도 오코너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오코너의 예찬자 가운데는 비평가 해럴드 블룸도 빼놓을 수 없는데, <세계문학의 천재들>(들녘, 2008)과 <해럴드 블룸의 독서기술>(을유문화사, 2011) 등에서 오코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얀 마텔은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작가정신, 2013)에서 각하가 읽어야 할 작품 목록에 오코너의 또다른 단편집 <오르다 보면 모든 것은 한 곳에 모이게 마련>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밖에 <현명한 피>(1952), <끝까지 공격하는 자는 그것을 얻는다>(1960) 등이 그녀의 대표작(이 두 편의 장편 외에 39편의 단편을 남겼다). 좋은 작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은 한 해를 보내야겠다...

 

 

1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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