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혹 페란 아드리아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레스토랑 엘불리는? 아마도 미슐랭 별점에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는 되어야 알 만한 이름일 듯싶은데, 다르게 얘기하면 미식가를 식별하는 한 가지 기준일 수도 있겠다. 좋은 음식(맛있고 건강에도 좋으며 보기에도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면 마다할 사람이 없겠고, 나도 거기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맛집(이나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건 아니니 미식가 축에는 들지 못한다. 그래서 장 폴 주아리의 <엘불리의 철학자>(함께읽는책, 2014)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이름이 엘불리의 수석 셰프 페란 아드리아다. 

 

 

게다가 놀랍게도 페란 아드리아와 엘불리에 대한 책이 이미 출간됐었다. 평소 요리책까지 눈여겨보진 않는지라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 시대 최고 요리사의 열정과 집념'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미각혁명가 페란 아드리아>(들녘, 2008)가 오래 전에 나왔다가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고, 전 세계 셰프들이 꿈꾸는 레스토랑에서의 6개월 견습과정을 다룬 <180일의 엘불리>(시공사, 2012)도 이미 선보인 책이다. 

 

  

덧붙이자면 <에불리: 요리는 진행중>(2011)이라는 영화도 만들어진 바 있으니 흠, 이름을 좀 알아두어도 괜찮겠다. <엘불리의 철학자>는 프랑스의 철학자인 저자가 이 세계적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에게 바치는 오마주이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를 빗댄 '요리사, 철학자, 그의 레스토랑, 그리고 그의 예술'이 부제. 소개는 이렇다.

 

마르크스주의자이며, 급진적 철학자인 저자가 순전히 미식가로서, 페란 아드리아라는 천재 요리사와 그의 레스토랑이 실험해 온 예술 작품들에 관한 철학적, 미학적 고찰을 담은 예술서이다. 철학자이자 미식가인 저자는 운 좋게도 거의 매년 엘불리의 새로운 요리를 맛보고 페란 아드리아와 대화할 기회를 누렸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혹은 유럽) 요리의 역사, 예술사, 미학사, 먹는다는 행위 혹은 맛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들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참고로, 에불리는 스페인 카탈루냐 주, 외딴 해변에 숨어 잇다고 하다. 2011년 7월말부터 재정비에 들어가 최소 2년간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데, 지금은 3년이 지났으니 다시 개장했을 성싶다.

 

 

흠, 설사 재개장했더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겠다. 그저 요기는 눈으로 하는 수밖에. 혹 엘불리 출신의 한국인 셰프가 오픈한 레스토랑이 있다면 한번 찾아가보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일요일 밤에 간식을 먹는 대신 미식의 세계를 다룬 페이퍼를 적어도 효과가 없진 않은지 배는 고프지 않군... 

 

1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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