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이자 올 여름의 마지막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화제작이 없는 김에 잘 살펴봐야 눈에 띄는 저자들로 자리를 채운다. 먼저 문학평론가 정홍수의 비평집이 출간됐다.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문학동네, 2014).

 

 

1996년부터 비평활동을 시작했으니 18년째이지만 이번이 두번째 평론집이다. 첫 평론집 <소설의 고독>(창비, 2008)로부터는 6년만이다(요즘은 이 정도가 노멀 페이스인가?). 그밖에 편자로 참여한 <소진의 기억>(문학동네, 2007)이 전부다.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에 대한 추모 문집이다.

 

 

평론집에 눈이 간 건 제목 때문인데, 평론집 제목답지 않아서 확인해보니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2003) 말미에 나오는 노래 가사에서 따왔다. 여주인공 요코가 부르는 노래다(유트브에 올라와 있다. http://www.youtube.com/watch?v=cc7IB5T6JOU). 이런 가사다.

 

 

"흔들리는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빛/ 흘러가버린 게 누구였더라/ 기쁨과 외로움이 하나가 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에 잠긴다/ 좋은 일 같은 거 없어도 좋아/ 있으면 좋겠지만."

 

평론집에 대한 관심보다는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에 대한 흥미를 부추겼으니 제목의 용도로는 특이하다(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노라면 도쿄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평론집에는 영화에 대한 단평들도 좀 들어가 있는데, 저자가 '씨네21'에 썼던 글들이다.

 

 

두번째는 작가 신이현. 소설집이 아니라 여행기가 나왔다. <열대 탐틱>(이야기가있는집, 2014). 프랑스에 체류중인 것까지가 내가 알던 근황이었는데, 캄보디아에서도 6년간 머물렀다고. 그 기록이다. 부제는 '신이현의 열대를 보내는 다섯 가지 방법'. 여행기로 분류되는 책들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드물게 작품을 발표해오던 작가 신이현이 본격적인 국내 복귀를 위해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얼마 전 이야기가있는집에서 출간한 <루시와 레몽의 집>에 이어 이번에는 캄보디아에서 6년간 머물렀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루시와 레몽의 집>에서는 알자스에 사는 시부모인 루시와 레몽의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에펠탑 없는 파리>에서는 자신이 살아가는 파리 뒷골목의 일상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삶의 무대를 캄보디아로 옮겨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찬찬히 바라본다. 

 

그리고 끝으로 일본의 만화 원작자이자 평론가 오쓰카 에이지의 창작론이 한꺼번에 나왔다. <이야기 체조>(북바이북, 2014)부터 <캐릭터 메이커>, <만화로 배우는 이야기학교> 등이다. <이야기 체조>에 주목하면, 어떤 비법을 알려주는가.

<캐릭터 소설 쓰는 법> <스토리 메이커> 저자 오쓰카 에이지의 소설 작법서.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이용해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는 6개의 강의로 구성된 책이다. 옛날이야기에서 뽑아낸 이야기의 구조와 그레마스의 행위자 모델을 활용해 플롯을 만드는 방법, 무라카미 류의 소설 구조를 도작하는 방법, 만화를 노벨라이즈(소설화)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스토리를 창작한 <구로사기 시체 택배>의 사례와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예로 들어 수업을 따라가는 데 지루하지 않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등을 예로 들어 분석한 대목 또한 흥미롭다.

요즘은 창작에 뜻을 둔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장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아주 실제적인 코칭을 받아볼 수 있겠다. 이야기가 체조라면 그 자세를 좀 교정해주지 않을까...

 

14. 08.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