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았지만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난망이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수사도 엉터리였지만 '조작'도 이런 식이라면 너무 무성의하다. 관련기사를 읽으며 개탄할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식으로 말하면 정말 '고골레스크'하다(고골의 작품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다). 더불어 떠올린 책은 이택광의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시대의창, 2014).
아마도 공식적으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와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이름이리라. 좋다.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어떤 행복이고, 어떤 꿈인가. 누구의 행복이고 누구의 꿈인가. 중요한 건 그렇게 다시 묻는 일처럼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수습도 대책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게 박근혜 정부의 태도라면, 아마도 우리에게 이 정도 주어진 게 '행복'이고 '꿈'이라는 거 같다.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 국민이 무얼 더 바라느냐는 뜻이 아닐까. 행복하니까 지지하는 거고, 만족하니까 꿈이 이루어진 거 아니냐는.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에는 무려 슬라보예 지젝의 추천사도 붙어 있다. “이택광의 비평은 가차 없는 분석과 열정적인 정치적 개입을 버무려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책은 한국만이 아니라 훨씬 넓은 맥락에서 오늘날 좌파의 중요한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일상의 양식과 같을 것이다. 당신이 이를 무시할 수는 있겠지만, 마땅히 그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최소한 제목만은 '일상의 양식'에 값한다. 거의 매일같이 물을 수밖에 없기에. 박근혜는 무엇의 이름인가. 정치적 재앙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14. 0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