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웬덴 월러치와 콜린 알렌의 <왜 로봇의 도덕인가>(메디치미디어, 2014)를 고른다. 아침에 읽은 뉴스 기사 때문인데,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최초의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소식. 그 의미를 짚어주는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영국 레딩대가 7일(현지시간) '튜링 테스트 통과의 첫 사례'라고 선언한 '유진'은 미리 내용을 제한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산학과 인공지능의 역사에 큰 이정표가 우뚝 선 셈이다. 이번 '튜링 테스트 첫 통과' 판단 기준은 튜링이 1950년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실은 논문에서 예로 제시했던 정도의 수준이었다. 튜링은 당시 '5분간 심문을 해서 컴퓨터를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30%를 넘는다'는 정도의 '검증 수준'을 예로 들었으며, 대화 내용에 대한 별도 제한은 두지 않았다. 다만, 이는 '진짜로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컴퓨터'를 만들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 '유진' 개발자들조차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 사람의 입력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데이터베이스를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기계가 생각한다'는 것과 똑같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진 개발자들 역시 이 프로그램이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을 가정하고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버전이 2001년에 나왔음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 다듬는데만 13년이 걸린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첫 튜링 테스트 통과'는 이정표로서의 의미는 매우 크지만, 이것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달성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 분야에 그간 상당한 발전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연구할 거리가 엄청나게 많이 남았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국제신문)
아무튼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시대로 진입하게 됐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데, <왜 로봇의 도덕인가>의 문제의식이 현실화된다는 의미도 있겠다. 부제대로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컴퓨터 윤리의 모든 것'이 SF적 현실이 아닌 실제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책의 난이도는 가늠할 수 없지만, 소개는 구미를 당긴다.
로봇 윤리라는 신흥 분야에 관한 최초의 입문서이자 로봇의 도덕에 관한 포괄적인 안내서다. 예일 대학교의 ‘생명윤리를 위한 학제간 센터’의 윤리학자와 인디애나 대학교의 인지과학 교수가 공저한 이 책은, 공상과학 소설의 통속적 화두에서부터 왜 로봇의 도덕에 관한 연구가 지금 필요하며 그것에 관련된 기술적 사안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로봇 윤리를 다룬 책은 지난 해에도 나왔었다. 라파엘 카푸로 등이 쓴 <로봇윤리>(어문학사, 2013)가 그것이다. 찾아보니 '로봇윤리'가 윤리학에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핫한' 분야인 듯싶다. 이런 변화를 보면 인생이 짧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로봇과 윤리적인 문제를 토론하게 될 날도 아주 멀지는 않은 듯하니 말이다...
14. 06.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