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모드인 상태라 당분간은 PC방에서 원고를 쓰고 포스팅도 가능성이 높은데, 이 페이퍼 역시 PC방에서 쓴다. 저녁도 거른 상태라 간단히. '이주의 발견' 한 권만 적어놓는다. 샘 킨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해나무, 2014).

 

 

제목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원제는 분명 스티븐 제이 굴드의 <판다의 엄지>(재번역돼 나오는 걸로 아는데 소식이 없다)를 염두에 두었음직한데, 그래도 제목이 주는 임팩트는 크지 않다(적어도 내게는). 부제가 '사랑과 전쟁과 천재성에 관한 DNA 이야기'인 걸 고려하면 그냥 <사랑과 전쟁과 천재성>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건 어땠을까(<사라진 엄지>도 그럴 듯하다). 'DNA 이야기'라는 걸 빼먹었다고 욕 먹을까? 여하튼 어떤 책인가.

타고난 이야기꾼인 저자 샘 킨이 흥미진진하고 아슬아슬하고 비극적인 DNA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인류가 멸종할 뻔했던 사연,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에 시달린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이야기, 꼬리가 달린 채 태어난 아이의 유전 질환, 존 F. 케네디의 구릿빛 피부가 지닌 비밀 등 흥미롭고 기이한 DNA 이야기가 풍요롭게 다뤄진다.

요는 흥미롭고 기이하면서 풍요로운 DNA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소개는 우리와는 좀 거리가 있다. <사라진 스푼>(해나무, 2011)의 저자, 정도가 적절한 소개다. 우리에게는 그 한 권만 번역돼 있으니 '타고난 이야기꾼' 여부를 알기는 어렵지 않은가. 나도 '샘 킨'이 누군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다가 <사라진 스푼>의 저자라고 하니까 어림할 수 있었다. '유전학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필독해볼 만하다...

 

14.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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