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일담을 팟캐스트로 들으며 머리도 식힐 겸 '이주의 발견'을 골라놓는다. 모린 머독의 <여성 영웅의 탄생>(교양인, 2014). 생소한 저자인데, 이미 소개된 적이 있다. <영웅의 딸>(청동거울, 1999)이 같은 저자의 책인데, 의외로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여성 영웅의 탄생>은 부제가 '융 심리학으로 읽는 강한 여자의 자기 발견 드라마'다. 내용을 대충 어림하게 해주는데, 원저가 1990년에 나왔으니 나름 오래된 책이다.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저자가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발현된 신화·민담·동화와, 상담실을 찾은 여성들의 꿈을 분석해 ‘여성 영웅의 원형’을 찾아내고 여성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규명한 책이다."

 

 

같이 떠오르는 책은 남성 영웅의 자기 발견 과정을 다룬 비교신화학자 조지프(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2004)과 <신화의 힘>(이끌리오, 2002)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융파 심리학의 입장을 인용하면서 다양한 영웅전설을 통해 인간의 정신 운동을 규명하는 한 편 현대 문명에 대해 하나의 재생 원리까지 제시하고 있다." 모린 머독의 책은 그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덧붙여,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대표작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이루,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 이미 소개한 적이 있지만, "심리학자인 저자는 여성의 집단무의식 안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어머니 늑대’ 원형을 발견하고 이를 전 세계 민담이나 설화, 동화에서 찾고 있다. 또 그 안에 숨어있는 의미와 상징을 새롭게 해석해 어머니 늑대가 여성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여성의 삶에 파탄은 어떻게 오는지, 또 어떻게 신성한 야성의 불로 이를 회복하는지 탁월한 통찰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 영웅'을 주제로 한 책을 소개하다 보니 '여성 지도자'를 다룬 신간도 떠오른다. 독일의 첫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전기가 출간됐기 때문이다. 슈테판 크로넬리우스의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책담, 2014)가 그것이다. 자타공인 보수주의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이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다.  

21세기에 가장 돋보이는 지도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자유를 그리워하던 동독의 여성 과학자가 통일 독일에서 총리가 되어 사회통합을 이루고 위기에 처한 유로 경제권을 구해낸 과정은 어떤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이다. 메르켈 덕분에 독일 경제는 더욱 강해졌으며, 독일 외교는 더욱 당당해 졌다. 정치 리더십의 실종으로 혼돈에 빠져 버린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며, 국정책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준다.

'정치 리더십의 실종으로 혼돈에 빠져 버린 우리'로선 부럽기도 하거니와 눈길이 안 갈 수 없다...

 

14.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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