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으로 고른 책은 '이주의 발견'으로도 손색이 없는 로널드 드워킨의 <행복의 역습>(아로파, 2014)이다. 부제는 '행복강박증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병들게 하는가'이고, 원제는 '인공행복'이다. <행복의 배신>이라는 제목도 어울릴 뻔했다.

 

현직 마취과 의사이자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드워킨은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등장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일어난 의료혁명이 인공행복Artificial Happiness의 확산을 가져왔고, 미국을 행복 강박증 사회로 만들었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가 아직 미국만큼 많이 처방되는 것 같진 않지만 '행복강박증'이라면 우리도 못지 않기에 일독의 의미가 있겠다.

 

두번째 책은 앨런 프랜시스의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사이언스북스, 2014).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가 부제다. <행복의 역습>과는 정반대인 듯싶지만, 주제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책이다. <닥터 프랑켄슈타인>(텍스트, 2013)을 읽고 내막은 좀 알고 있었는데, 저자는 신질환의 진단과 분류가 얼마나 임의적인지 폭로한다.

저자인 앨런 프랜시스 박사는 30여 년간 의료 현장에서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한 정신과 의사인 동시에 모든 정신 의학 관계자들이 정신 장애 진단의 ‘바이블’로 삼는 DSM(정신 장애 진단 통계 편람)의 개정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저자는 1980년대 이후로 DSM이라는 정신 의학 진단 매뉴얼이 수차례 개정 작업을 거치면서 일시적이고 일상적인 심리 증상들 다수를 정신 질환으로 규정하고 끌어안은 결과, 정신 장애의 과잉 진단과 의약품 과잉 처방, 주기적인 정신병의 유행이 초래되었음에 주목한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현대 정신 의학계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내부 고발서인 동시에, 진단의 기준을 대폭 넓힘으로써 그릇된 정신병의 유행을 일으키는 데 스스로도 일조한 데 대한 일종의 양심선언이다.

 

세번째 책은 폴 길딩의 <대붕괴>(두레, 2014). 제목과 표지, 그리고 '기후 위기는 세계 경제와 우리 삶을 어떻게 파멸시키나?'란 부제가 내용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책임자를 지낸 환경운동가이며, ‘지구의 지속가능성’ 분야의 세계적인 이론가이자 많은 글로벌 기업의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폴 길딩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안내서". 최근 영화 <노아>를 본 관객이라면 손길이 갈 만하지 않을까.   

 

말이 나온 김에 인간이란 동물에 대해서 한번 더 관찰해봐도 좋겠다. 단, 신의 눈이 아니라 다윈의 눈으로. 마크 넬리슨의 <인간동물 관찰기>(푸른지식, 2014)가 적당한 분량의 가이드북이다. "국제동물행동학자 위원회 벨기에 대표인 마크 넬리슨이 시니컬하고 유쾌하게 쓴 '인간동물 관찰기'".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마틴 브레이저의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반니, 2014). '캄브리아기 폭발의 비밀을 찾아서'가 부제다. 간략한 소개로는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지구에 새겨진 생물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고생물학자들의 분투기. 왜 하필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폭발적으로 등장했을까? 저자 마틴 브레이저는 이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라 칭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알고 있는 생명의 빅뱅이 일어난 이유를 마치 추리소설의 범인을 추적하듯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흠, 인류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먼 과거의 얘기로군. 물론 그럼에도 이런 책을 쓰고 읽는 동물로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유일하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행복의 역습- 행복강박증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병들게 하는가
로널드 W. 드워킨 지음, 박한선.이수인 옮김 / 아로파 / 2014년 4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4년 04월 05일에 저장
절판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앨런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3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4월 05일에 저장

대붕괴- 기후 위기는 세계 경제와 우리 삶을 어떻게 파멸시키나?
폴 길딩 지음, 홍수원 옮김 / 두레 / 2014년 3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4년 04월 05일에 저장
절판

인간동물 관찰기- 다윈의 안경으로 본
마크 넬리슨 지음, 최진영 옮김 / 푸른지식 / 2014년 3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2014년 04월 05일에 저장
절판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캄브리아기 폭발의 비밀을 찾아서
마틴 브레이저 지음, 노승영 옮김, 이정모 감수 / 반니 / 2014년 3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4년 04월 05일에 저장
품절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