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자서전이 나란히 출간됐다(러셀의 자서전은 재간본이다). 같은 영국인이고 동시대를 살았으니 서로 안면이 있을 법도 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 그래도 나란히 언급하는 게 별로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크리스티의 소설에 '러셀 양'이 등장하기도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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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황금가지, 2014)은 얼마전에 나온 <봄에 나는 없었다>(포레, 2014)와 함께 크리스티 애독자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책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1944)는 애초에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심리 서스펜스인 만큼 작가의 의사를 존중하자면 '애거서 크리스티'란 이름으로 묶는 게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그래서 '애거사 크리스티 컬렉션'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일까? 사실 '애거서'이건 '애거사'이건 내게 더 친숙한 이름은 '아가사 크리스티'다). 국내에도 80권이 넘는 전집이 출간되고 있는 크리스티의 자서전은 어떤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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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40억 부가 넘게 팔린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개인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가 직접 쓴 자서전.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본인의 나이가 60세이던 1950년에 쓰기 시작하여, 총 15년에 걸쳐 75세의 나이가 될 때까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이 글은 그녀의 사후 1년 후인 1977년에 처음 출간되었으며, 작가로서의 인생뿐만 아니라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두 번의 결혼, 두 번째 남편 맥스 맬로원과 함께한 고고학 발굴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험들로 가득하다. 책 내부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총 30장이 넘는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오래 전에 들은 얘기인데, 고고학자인 크리스티의 남편은 아내가 늙어갈수록 더 깊이 사랑했다나. 그 얘기도 확인해볼 수 있겠다. 자서전 이전에 소개된 평전이 없었나 찾아보니 <애거서 크리스티: 완성된 초상>(끌림, 2008)이 눈에 띄지만 이미 절판된 책이다. 자서전에 견줄 만한 평전도 같이 읽어보면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여하튼 40억부라니! 1억부 이상 팔아치웠다고 소개되는 코엘료나 하루키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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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자서전은 이번에 <인생은 뜨겁게>(사회평론, 2014)라고 제목을 바꿔 달고 합본 형태로 나왔다. 그냥 <러셀 자서전>(사회평론, 2003)이라고 나왔던 게 제목은 더 마음에 들지만, 합본이 갖는 장점도 있을 듯싶다. 그런데, 분량을 확인해보니 합본이 아니라 축약본이라고 해야겠다. 예전에 나온 판으로는 상권이 646쪽, 하권이 592쪽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인생은 뜨겁게>는 586쪽 분량이다. 딱 절반 정도인 것. 갑자기 그의 생애가 '굵고 짧은' 버전으로 탈바꿈한 느낌이다. 하긴 분량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독자들에겐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소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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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세계적인 명성과 존경을 얻으며 아흔여덟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던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이다. 러셀이 자서전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러셀의 파란만장한 백 년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인생은 뜨겁게>는 대학생과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삶을 꿈꾸게 하면서도 인생을 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인생 교과서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책이 될 것이다.
찾아보니 러셀의 자서전도 두 가지 표지의 책을 구할 수 있는데, 왼쪽이 760쪽, 오른쪽 746쪽 분량이다. 편집상의 차이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표지는 왼쪽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전기니까). 이 참에 원저를 구해볼까란 욕심이 드는군...
14. 0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