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이주의 고전'은 에밀 졸라의 <인간 짐승>(문학동네, 2014)이다. 국내 초역인데, '루공마카르 총서 20권'의 목록을 꿰고 있지 않는 한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게 이상하지 않지만, 졸라가 썼을 법한 소설이긴 하다(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의 설명이기도 했다. 자연주의 작가, '에밀, 졸라', 이름을 어찌 잊겠는가). 1890년작. 소개는 이렇다.

 

에밀 졸라의 충격적 문제작.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루공마카르' 총서 스무 권 중 열일곱번째 작품이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유전과 환경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낱낱이 해부해 객관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되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인기 작가", "19세기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망을 얻은 졸라가 '루공마카르' 총서에 대한 열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저술한 <인간 짐승>은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에 이어 다시 한번 프랑스 문단에 충격을 가했다.

제목에서부터 인간과 짐승을 대립시킨 이 소설은 '인간다움'과 '짐승스러움'이라는 두 축의 패러다임 아래 배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복잡하고 교묘하게 얽어 견고한 서사를 이루어낸다. 당시의 삶 속에 켜켜이 틀어박힌 세기말의 징후들을 '범죄-욕망'과 '철도-기계'라는 두 절단면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당대의 짐승스러움에 대한 분노와 경멸을 담아낸 이 소설은 나아가 그 짐승스러움의 연원을 관찰과 해부를 통해 들춰내고 그에 근거해 인간다움의 전망을 제시한다.

 

졸라의 작품은 가장 유명한 <목로주점>이 여러 번역본으로 나와 있다. 대신에 한때 대표작으로 꼽히던 <나나>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느낌이다. <쟁탈전>과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등은 최근에 추가된 타이틀(그밖에도 몇 권 더 번역돼 있다). 루공마카르 총서 20권이 다 소개되는 건 어렵더라도, 대표작들은 망라되면 좋겠다. <인간 짐승>이 한 가지 기준이 될 듯싶다...

 

 

 

14.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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