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학에서 마케팅학과 심리학을 강의하는 애덤 알터의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알키, 2014)도 '이주의 발견' 감으로 꼽는다. '당신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이 부제인데, 책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하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이 많이 나와서일까.
추천사들을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의 행동이 맥락 상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관한 도발적인 시선을 제공하는 최고의 과학 도서”라고 평했고,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살림, 2011)의 저자 폴 블룸은 “이 흥미진진한 책에서 애덤 알터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삶은 우리의 이름이 무슨 글자로 시작하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평균적인 기후가 어떠한지, 우리 주위에 분홍색이 있지는 않은지와 같은 뜻밖의 요인들에 의해 영향 받고 있다. 명쾌한 필체와 상식을 뒤집는 유머 속에서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고 상찬했다.
'흥미진진한 책'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면 한 권의 책으로선 충분하다. 원제는 '주정뱅이 유치장의 분홍색(Drunk Tank Pink)' 사연이 없을 수 없다.
이 분홍색은 난폭한 술주정뱅이들을 분홍색으로 칠한 구치소에 머물게 했더니 난폭함이 사라지고 온순해졌다는 한 연구결과를 통해 이름 붙여졌다. 이는 스포츠경기에서 원정팀의 락커룸을 분홍색으로 칠하거나 열세에 놓인 복싱선수들이 분홍색 트렁크를 입거나 하는 등의 일로 여러 차례 그 힘이 증명이 되었으며, 심지어 ‘비약물성 마취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응용하자면 구치소나 정신병원뿐 아니라 중2 교실의 벽면에도 분홍색을 칠하는 게 좋겠다. 단지 색깔 하나 달라졌지만, 그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한다니까 말이다. 책에서 어떤 유익을 얻을 수 있나.
이렇게 우리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색깔, 공간, 온도, 남의 시선, 편견, 문화, 상징, 이름, 그리고 명칭 등 우리의 삶을 흔들기에는 힘이 부족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여러 조건들의 강력한 힘을 풍부한 심리 실험과 자료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아주 익숙하고도 힘이 센 여러 조건들을 알고 역으로 현명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대개의 심리학 책이 그렇듯이, 남을 이용하는 데, 그리고 거꾸로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데 유익하다. 그 정도면 꽤 그럴 듯하지 않은지?..
14. 02. 22.
P.S. 찾아보니 '심리학'을 타이틀에 달고 있는 책 가운데 베스트셀러는 <FBI 행동의 심리학>(리더스북, 2010)이다. "전직 FBI요원이자 행동전문가인 조 내버로가 상대방의 몸짓과 표정을 읽음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간파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담은 책이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다면 여러 모로 유익한 일이겠지만(가끔 끔찍할 때도 있겠고), 더불어 심리학의 오용과 남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봄직하다. 스티브 아얀의 <심리학에 속지 마라>(부키, 2014)나 스티븐 브라이어스의 <엉터리 심리학>(동양북스, 2014) 등이 '심리학 해독제'에 속하는 책들이다. 심리학 서적 애독자라면 백신 삼아 읽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