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 늦게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전주의 책'이라고 해야 할까. 타이틀은 알랭 바디우의 책 <세기>(이학사, 2014)를 풀어서 적었다. 바디우가 염두에 두고 있는 '세기'가 '20세기'이며, 그가 본 20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실재에 대한 열정'이다. 지젝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 인용된 문구를 통해서 처음 접하고 영어본 <세기>를 구해놓은 기억이 난다. 이제 편하게 한국어본으로도 읽어볼 수 있게 됐다.
바디우에 따르면 20세기를 지배했던 진정한 열정은 결코 상상적인 것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열정도, 메시아적 열정도 아니었다. 지난 세기를 지배했던 그 무시시한 열정은, 19세기의 예언주의와 반대로, 실재에 대한 열정, 즉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참된 것"을 활기 있게 하기 위한 열정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바로 이 열정을 확실히 드러내기 위해, 또 이를 통해 지난 세기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판단을 시도해보기 위해, 실재에 대한 열정, 의지, 욕구 등을 담은 여러 자료를 찾아 탁월하게 분석한다.
두번째 책은 에즈라 보걸의 <덩샤오핑 평전>(민음사, 2014)이다. 마오주의자였던 바디우와 짝을 맞추자면 <마오쩌둥 평전>이 더 어울리겠지만, 덩샤오핑 역시 덩샤오핑과 함께 지난 세기 중국의 건설자다. '현대 중국의 건설자'란 부제가 무안하지 않게 말이다. "세계적인 동아시아 전문가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는 정부 인사, 당 역사 연구자, 가족, 주변 인물 등과의 인터뷰와 최근에 공개되거나 발굴된 각종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덩샤오핑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그의 생애와 맞물린 중국의 전환기를 세밀히 그려 낸다."
세번째 책은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KH사업단에서 엮은 <사회인문학과의 대화>(에코리브르, 2013). 사회인문학총서의 네번째 책으로 "국내외 학자 일곱 명의 사유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사회와의 만남 속에서 기존의 인문학적 사유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써 독자적인 사유의 틀을 일구어내고자 애써 온 사회인문학자의 삶을 잘 보여준다." 사회인문학의 실제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어림해볼 수 있을 듯싶다.
네번째 책은 홍윤철의 <질병의 탄생>(사이, 2014)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가 오늘날 현대인이 앓고 있는 수많은 질병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또 우리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과거 선조들보다 훨씬 더 질병에 잘 걸리는지를 수백만 년 전의 수렵채집 시대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를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려 한 독특한 문명사 책이다." 조지 윌리엄스의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사이언스북스, 1999)와 내용이 다른지 궁금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
끝으로 전방위 인문학자 박홍규 교수의 <독서독인>(인물과사상사, 2014). '독서는 인간을 어떻게 단련시키는가'란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독서는 인간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단련시켰으며, 책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과 만나느냐에 따라 권력자가 될 수도 있고, 반권력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독서는 한 영혼을 단련시키면서도 세상을 혁명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박홍규 교수의 독서론으로 읽어도 되겠다. 모르고 지나쳤는데, 저자의 인생론으로 <서른 이후, 문득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 때>(경향미디어, 2011)도 수년 전에 나왔다. 매일같이 신간을 검색해보는 나도 모르게 출간되다니!..
| 세기
알랭 바디우 지음, 박정태 옮김 / 이학사 / 2014년 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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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샤오핑 평전- 현대 중국의 건설자
에즈라 보걸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50,000원 → 45,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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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인문학과의 대화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 엮음 / 에코리브르 / 2013년 12월
21,000원 → 1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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