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은 스노리 스툴루손의 <에다 이야기>(을유문화사, 2013)이다. "게르만 신화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게르만 신화집". 이전에 <에다>(서울대출판부, 2004)라고 나온 적이 있어서(책은 절판됐다) 찾아보니 <에다>는 <운문 에다>를 옮긴 것이고 <에다 이야기>는 <산문 에다>를 옮긴 것이다. 달리 <고 에다>와 <신 에다>라고도 불린다고. 어떻게 다른가.

 

 

먼저 <에다>의 책소개를 따라가보면 이렇다.

북유럽 신화집 <에다>는 기록된 유럽신화 가운데 그리스·로마 신화 다음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녔고, 여기에 담긴 창세신화와 신들의 이야기는 게르만족 공통의 신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에다>는 800~1200년 사이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운문체 <고(古) 에다>와, 이를 토대로 1220년경 스노리 스투를루손이 저술한 산문본 <신(新) 에다>(일명 ‘스노리 에다’)로 나뉜다.

 

현존하는 필사본 <고 에다>가 이전의 필사본(들)을 토대로 종합 및 기록된 시기는 1270년경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에다>의 진정한 원본은 서사시 <고 에다>이고, 이것은 다시금 <신들의 노래>와 <영웅들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두 부분은 주제 면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일체를 이룬다. 후반부 영웅시가의 핵심을 이루는 시구르드(독어: 지크프리트) 전설은 독일 중세 영웅서사시의 금자탑인 <니벨룽엔의 노래>의 소재로서도 중요하다. 그 동안 한국에서 몇 차례 출판된 <에다> 번역본은 대체로 스투를루손 산문 해설본(<신 에다>)을 독서용으로 재구성한 구미의 번안 원문들에 기초하였다. 이에 역자들은 이 신화집의 본모습을 가급적 정확히 재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고 에다>를 번역키로 하였다.

 

 

독일 중세문학의 말 그대로 '고전'인 셈. 번안작 번역본이 있었다고는 하나 <에다>라는 이름으로 나온 건 이 두 권이 전부다. <에다 이야기>의 소개는 이렇다.

대중이 읽기 쉽게 신화 이야기를 다듬어 펴낸 다른 도서와 달리 게르만 신화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노리 스툴루손의 <산문 에다>를 그대로 번역하였다. 아이슬란드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스노리가 1220년에서 1225년 사이에 기록한 <산문 에다>는 근대 이전까지 ‘에다(Edda)’라고 불렸으나 1643년 운문으로 기록된 게르만 신화집이 발견되면서 스노리가 산문으로 기록한 책을 ‘산문 에다’, ‘스노리 에다’, ‘신(新)에다’라 부르고, 이 책보다 이전에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운문으로 기록된 게르만 신화집을 ‘운문 에다’, ‘구(舊)에다’라고 부르게 되었다.

<에다 이야기>는 스노리가 음유 시인들에게 시를 짓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전체 3부로 구성하여 집필한 <산문 에다> 중에서 게르만 신화와 관련된 부분인 1, 2부만을 소개하였다. 1부에서는 창세기에서 종말까지 게르만 신화의 전모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2부에서는 난쟁이의 마법 반지에 얽힌 탐욕과 저주 이야기, 영웅 시구르드(지크프리트)의 비극적인 전설 등 1부에서 소개하지 못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에다>라거나 게르만 신화라고 하면 좀 낯설게 여겨지지만, 딱 그렇지도 않다.

게르만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 더불어 유럽 양대 신화를 이루며 전 세계적으로 문화 예술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하나의 대중적 신화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 북구 신화라고도 불리는 게르만 신화라는 명칭 자체는 생소할지 몰라도 신화 속 이야기나 요소들은 그리스 신화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 예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영화 「마스크」와 「토르」, 게임 「라그나로크」, 만화 <진격의 거인> 등은 모두 게르만 신화와 관련이 있다. 신화의 서사 구조를 따르거나 신, 거인, 엘프, 드워프 등 신화적 요소를 차용하는 이들 작품에서부터 게르만 신화의 주신(主神) 오딘의 이름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 Wednesday(수요일)에 이르기까지 게르만 신화는 우리 문화 이곳저곳에 편재되어 있다.

신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독서거리가 될 듯하다. 좀 전문적이긴 하나 절판된 <에다>도 다시 출간되길 바란다...

 

13.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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