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앤드루 바세비치의 <워싱턴 룰>(오월의봄, 2013) 부제에서 가져왔다. 위싱턴 룰이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안보 정책은 확고한 초당적 합의에 의해 운영되어 왔으며 해리 트루먼에서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이 이 합의에 충성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그 합의의 요체는 바로 미국만이 국제질서를 규정하고 운영할 특권과 책임을 갖고 있다는 신념과 이를 위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앤드루 바세비치는 이것을 바로 ‘워싱턴 룰’이라고 부르고 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느냐이다. "저자의 상황인식은 심각하다. 미국은 지금 외국의 빚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며 미국의 부채는 부시 취임 때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력은 약해졌지만 오바마 정부에서도 미국의 국방비는 계속 늘어만 간다. 워싱턴 룰이 깨지지 않는 이상 미국의 파국은 예고된 것일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론 미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지만, '강 건너' 처지가 아닌지라 우리도 '혈맹국가'에 대해서 알 건 알아야겠다.

 

두번째 책은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의 <9.12>(글항아리, 2013). '9.11 이후 뉴욕 엘리트들의 도시재개발 전쟁'이 부제다. '포스트9.11' 관련서로 분류할 수 있겠는데, 저자의 문제의식이 새롭다.

세계무역센터타워 붕괴 이후 미국 전역이 테러에 대한 충격과 애도의 물결로 휩싸인 가운데, 저자는 이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는 배터리파크시티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심층 분석하며, 그들에게서 ‘공간을 통한 구별짓기’의 심리를 발견한다. 이러한 심리는 9·11을 기리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시각적 불편함이 포함된 일상 속 편의를 방해하지 않는 메모리얼의 조건적 건립 요구로 구체화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은 ‘자본의 성채’에 거주하고 있다는 어느 엘리트 지역 주민의 안도감이 테러를 통해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자신들의 거주 지역을 인종적·계층적으로 구분하고 고립시키려는 이 지역의 재건방식이다.   
9.11의 교훈이 무엇이었던가, 를 다시 질문하게 하는 책. 분리의 장벽이 다시 세워지고 있는 '현장'이 또한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세번째 책은 제이슨 바커가 엮은 <맑스 재장전>(난장, 2013).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에 관한 대담'이 부제인데, 안토니오 네그리와 슬라보예 지젝 등 8명의 좌파 철학자들이 대담자로 나섰다. "흥미롭게도 그 구체적인 상은 조금씩 달라도 이 여덞 명의 정치철학들은 적어도 한 가지 점에 대해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것을 ‘코뮤니즘’이라고 부르든 안 부르든, 새로운 사회는 뭔가 거대한 일회적 사건(가령 지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통진당 일부 세력 식의 ‘무장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더디고 지루할지언정 굳건한 협력과 구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것이고,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책으로 <자본의 코뮤니즘, 우리의 코뮤니즘>(난장, 2012)도 나란히 읽어볼 만하다.

 

 

네번째 책은 김윤식 교수의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 2013)이다. "이 책에서 한국문학사를 관통하는 다섯 유형의 ‘라이벌 의식’을 그려낸다. ①경성제국대학의 아카데미시즘에 맞선 무애 양주동과 도남 조윤제의 라이벌 의식, ②김수영과 이어령 사이에서 벌어진 1960년대의 ‘불온시 논쟁’, ③<한국문학사>(1973)를 공동집필한 이후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린 ‘실증주의적 정신’(김윤식)과 ‘실존적 정신분석’(김현)의 관계, ④<문학과 지성>과 <창작과 비평> 사이의 라이벌 의식, ⑤마지막으로 스승 김동리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넘어서고자 했던 이문구와 박상륭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알게 모르게 작가들을 짓눌렀던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과 이들이 한국문학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놓치기 어려운 책.

 

그리고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얼마전에 후와님이 예고한 책 <이모부의 서재>(살과글, 2013)이다. '어느 외주 교정자의 독서일기'가 부제. 저자명 '임호부'는 후와님의 필명이다('후와'는 알라딘 필명이고!). 책이 나온 자초지종이 책소개에 들어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오후 4시의 풍경'이라는 서재를 운영하고 있는 닉네임 '후와'의 책. '후와'는 오랫동안 출판 외주 교정자로 일해온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교정자로서 다른 저자들의 원고와 씨름하는 틈틈이 이런저런 소설들을 읽고 서재에 짧은 감상문을 올리거나 생활 이야기를 써왔다. '오후 4시의 풍경'이라는 서재 이름과는 달리 주로 새벽 3, 4시에 교정지를 늘어놓은 방 한구석에서 우울감을 잊기 위해 쓴 글들이다. 더러는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순전히 잠을 청하기 위해 몇 잔 들이켜고 불콰해진 얼굴로 쓰기도 했다. 함께 일하는 편집자들에게 '이모부'라는 별칭으로 불려온 덕분에 <이모부의 서재>라는 제목을 얻었다. 임호부라는 필명 또한 그렇게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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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룰-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앤드루 바세비치 지음, 박인규 옮김 / 오월의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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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9.11 이후 뉴욕 엘리트들의 도시재개발 전쟁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지음, 권민정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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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재장전-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에 관한 대담
제이슨 바커 엮음, 은혜.정남영 옮김 / 난장 / 2013년 9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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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김윤식 지음 / 그린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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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의 서재- 어느 외주 교정자의 독서일기
임호부 지음 / 산과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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