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한여름 무더위에(습기는 좀 가신 듯하다) 시달리는 주말이다. 점심을 먹기 전 막간에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매주 나대로 인상적인 저자들을 고르는 일이다.

 

 

 

먼저, 칼럼니스트와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목수정의 독서에세이가 출간됐다. <월경독서>(생각정원, 2013). 단독 저서로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레디앙, 2008)과 <야성의 사랑학>(웅진지식하우스, 2010)을 잇는 세 번째 책이다(그 사이에 <문화는 정치다>와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두 권의 번역서가 껴 있다). 간략하게는 "저자가 30여 년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읽었던 책들 가운데 근본을 뒤흔드는 질문을 던지는 책, 삶의 지평을 열어준 인연들을 엄선하여, 지난 기억을 더듬고 행간을 다시 서성이며 사유를 정리한 글이다." 책은 아직 못 받았지만 추천사를 쓰기 위해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적었다.

‘감성좌파’ 목수정의 <월경독서>. 두 가지가 놀랍다. 먼저, 투명함. 그녀의 독서 이력은 곧 그녀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녀는 읽은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살아간다. 통념에 순응하지 않고 관행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단단함. 그녀는 유연하지만 단단하다. 섬세하지만 타협하지 않는다. 온갖 차별의 장벽을 돌파하고 불의의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감성좌파’의 의지는 그 단단함에서 온다. 중력에 굴복하지 않는 자의 ‘교본’을 우리도 갖게 됐다.

 

'그가 읽은 책이 그를 말해준다'는 경구를 적용하자면, <이사도라 던컨>과 <시몬느 베이유>,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등이 감성좌파 목수정을 만든 토양이다. 같은 세대에 속하는 저자인지라 책을 읽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많았다. 20대 독자들에겐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두번째 저자는 원로작가 서영은 선생. 43년생이니 어느덧 칠순의 나이다. 198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먼 그대>를 읽은 게 나도 대학 1학년 때가 아니었나 싶다.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3년 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기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문학동네, 2010)를 출간했다(올봄에 '시냇가에심은나무'에서 재출간했다). 그리고 펴낸 책이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비채, 2013)다. 부제가 '라만차 돈 키호테의 길'인 걸로 보아 저자의 독서에세이 같다. 아마도 산티아고 여정 중에, 혹은 그 이후에 <돈키호테>를 탐독하고 난 결과물이지 싶다. 아무려나 <돈키호테>에 대한 관심에서 일단 주문해놓았는데, 국내 <돈키호테>론이 드물기에 반가운 책이다. 

 

 

 

세번째 저자는 정치학자 양승태 교수. 희랍 지성사 시리즈의 첫 책으로 <앎과 잘남>(책세상, 2006)에 이어서 그 속편으로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이화여대출판부, 2013)을 펴냈다. 플라톤의 대화 편에 관한 자료들을 모으고 있는 터라 바로 주문했고 오늘 오전에 받았다. 소개는 이렇다.

전편에 이어 희랍 지성사라는 큰 틀에서 기원전 5세기 말 희랍에서 전개된 지성사적 발전과정을 서술하면서, 특히 정치철학이 태동되는 과정과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앎과 잘남> 1권이 소크라테스 이전의 희랍세계, 즉 호메로스로 대표되는 신화와 구전의 시대부터 소피스트 운동 시대까지를 다루었다면, 이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은 철학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삶에 집중한다.

소크라테스에 대해 좀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돼줄 듯하다. 말이 나온 김에 적자면 저자가 옮긴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아카넷, 2002)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나는 소장하고 있는 책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철학자의 대표작이 묻혀 있는 건 유감스런 일이다.

 

 

참고로 서양정치철학사의 표준적인 책은(여전히 표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오 스트라우스가 편집을 주도한 <서양정치철학사 1,2,3>(인간사랑, 2007-2010)이 있다.

 

 

서양정치사상 전반을 다룬 단일 저자의 책으론 셸던 월린의 <정치와 비전>(후마니타스, 2007-2013)이 있다. 분량이 방대해 세 권으로 나뉘어 번역됐는데, 1권(2007), 2권(2009)에 이어서 3권이 이번에 나와 드디어 완결됐다. 아직 다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입만 해놓고 독서는 미루고 있었는데, 이젠 어떤 핑계를 대야 할지 고민스럽다...

 

13.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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