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하루 미뤄진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리스트는 물론 정해놓은 터였다. 제목에 두 사람은 성만 달았는데, 이름까지 적으면 '스테판 에셀-크리스토퍼 히친스-폴 콜린스'이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의 책은 이번에 세 권이 한꺼번에 나왔으니 단연 '이주의 저자'로 손색이 없다. 1917년생으로 지난 2월 생을 마감한 이 노투사의 마지막 책들인데, <세기와 춤추다>(돌베개, 2013)는 회고록이고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문학동네, 2013)는 자서전이며 <포기하지 마라>(문학세계사, 2013)는 마지막 메시지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가 한국어판 서문 제목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프랑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그의 삶을 기리며 이렇게 회고했다.  

스테판 에셀은 이런 분이었습니다. 국경 없는 시민, 헌법 없는 유럽인, 당파 없는 투사, 한계 없는 낙관주의자였습니다. 그에겐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에게 그 비밀을 알려주었습니다. 그의 비밀은 바로 ‘사랑을 사랑하기’입니다.

더불어, 그의 삶의 교훈을 이렇게 정리했다.

여러분, 스테판 에셀이 우리 곁을 떠나도 이러한 삶의 교훈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은 결코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정신에는 합당한 이름이 있으니 바로 '공화국'이라는 이름입니다.

 

 

영국의 지식인이자 논쟁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이어 세 권이 출간됐다. 지난주에 나온 책이 <논쟁>(알마, 2013). 다섯번째 선집이자 2011년에 세상을 떠난 그의 마지막 비평/칼럼집이다(내가 제일 먼저 읽은 건 나보코프의 <롤리타> 주석서에 관한 리뷰인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페이퍼로 정리해보겠다).  

 

 

한국어판은 두 권으로 나오는 듯한데, <논쟁>은 그 첫 권으로 원서의 여섯 개 부 가운데 네 개 부를 옮겼다(원서는 어제 주문했다). 조만간 나머지 두 개 부도 마저 번역돼 나오길 기대한다.  

 

 

<타블로이드 전쟁>(양철북, 2013)은 미국의 '문학  탐정' 폴 콜린스의 신작이다. <네모난 못>을 필두로 <밴버드의 어리석음>, <토머스 페인 유골분실 사건>, <식스펜스 하우스> 등 다섯 권의 책이 국내에 소개됐는데, 모두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역자의 번역으로 펴낸 것이다(이런 꾸준함이 마음에 든다). 이번에 나온 건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이 부제로 역시나 폴 콜린스 표 스타일을 보여준다. 어떤 이야기인가?

1897년 6월, 뉴욕의 한 부둣가에서 빈들거리던 아이들이 방수천에 싸인 채 바다에 떠있던 시체 토막 하나를 건진다. 비슷한 시기, 뉴욕 브롱크스 숲으로 버찌를 따러 간 가족들이 가시덤불 사이에서 심하게 썩은 한 남자의 몸통을 발견한다. 며칠 뒤, 지나가던 배에 부딪힌 시체 꾸러미를 사람들이 바다에서 건져낸다. 한편, 롱아일랜드에서는 한 농부가 자기 오리들 깃털에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처음에 단순히 의대생들의 장난이라 여겨졌던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묘한 기운이 감지된다. 뉴욕 곳곳에서 발견된 시체 토막들이 한 사람의 것이고, 시체 조각들을 싸맨 방수천이 같고, 머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뉴욕의 모든 신문들이 대대적으로 보도 경쟁에 들어가면서 이 사건은 1897년을 뜨겁게 달군, '세기의 살인 사건'이라 불릴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이 시체의 주인공은 대체 누구이며,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일까?

궁금하다면 '타블로이드 전쟁'에 참전해보시길. 원제는 '세기의 살인자'다...

 

 

13.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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