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검색하다가(흔적님의 페이퍼 등) 발견하게 된 책이 있다. 슬로베니아 작가 블라디미르 바르톨의 <알라무트>(작가정신, 2007). 알게 된 것까진 좋은데, 이게 절판도서다. 그렇게 오래 전 책이 아님에도 사리진 걸 보면 애초에 많이 찍지 않은 듯싶다. 그럼에도 흥미를 끄는 내용이어서 페이퍼를 통해서라도 기록해둔다(전혀 기억나지 않는 걸로 보아 출간시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책이다).

 

 

 

일단 생소한 작가. "1903년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난 슬로베니아 작가. 1926년부터 파리에서 생물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을 공부했고, 니체 번역가로 활동했다. 이슬람 종교사에 대한 면밀히 연구를 바탕으로 쓴 <알라무트>를 1938년 첫 출간 당시 철저한 외면을 당했고, 1967년 작가 사후 20여 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라고 소개된다. 영어판도 2004년에야 처음 출간됐다. 개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11세기 말, 이란 엘부르즈 산맥 바위산에 세워진 난공불락의 요새 알라무트 성에서 알라신의 이름으로 자객들이 양성된다. 이스마일교 수장인 하산은 정예 요원으로 지목된 추종자들에게 해시시를 먹이고, 알라무트 성 뒤에 꾸며놓은 비밀 정원으로 불러들여 젖과 꿀이 흐르는 천국의 실제를 믿게 한다. 천혜의 요새 알라무트 성 꼭대기에서 절대 권력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펼치는 하산 이븐 사바의 전대미문의 술책, 잔혹하고도 극악무도한 독재자의 광기가 11세기 이란의 광활한 고원과 협곡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치밀하게 직조한 가상의 역사 뒤에 현대 정치 현실을 묘사하는 위장술을 씀으로써, 여느 모험소설과 같은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한편, 독재자의 메커니즘과 정치적 독단, 종교적 광신의 모순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작품.

 

이슬람 테러단체 혹은 암살단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작품의 은밀한 메시지는 "독재자의 메커니즘과 정치적 독단, 종교적 광신의 모순과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 두어졌다고 봐야겠다. 출간 당시의 서평기사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바르톨이 단순히 이슬람의 한 분파를 비난하기 위해 ‘알라무트’를 쓴 건 아니다. 그는 이슬람 정치테러단체의 원조격인 ‘아사신’을 통해 독재와 민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매한 민중, 그들은 신화나 전설을 필요로 하며 독재자들이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어떻게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 나가는가를 보여준다. 당연한 일이지만 소설이 출간된 1938년은 바르톨의 나라 슬로베니아가 나치 독일, 이탈리아 파시스트, 스탈린의 소련이라는 거대한 독재세력들의 격전장이었던 때였다.(경향신문)

 

한편 알라무트 요새는 영화 <페르시아 왕자>의 배경으로도 나온다. 게임으로도 있는 모양인데, 영화나 게임이나 보지 못했지만 바르톨의 소설은 읽어봤으면 싶다...

 

13.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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