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와 원고 사이에 잠시 짬을 내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어느덧 11월이고 때맞춰 날도 차다. 늦가을의 정취보다는 겨울에 대한 예감이 먼저 분위기를 장악한 듯하다. 한해가 기울어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바라건대 남은 두달, 드라마틱하게 기울어가기를..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자음과모음, 2012)이다. 일곱번째 장편소설. 찾아보니 작가는 산문집을 포함해 올해 세 권의 책을 냈다. 꾸준한 작가라는 얘기다. 내년에도 지지 않고 '원더 라이터'의 모습을 이어가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동시대 러시아작가인 빅토르 펠레빈의 < P세대>(문학동네, 2012)와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비채, 2012), <쿠코츠키의 경우>(들녘, 2012)도 11월에 읽어보면 좋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2>(눌와, 2012)이다. 2010년에 나온 1권에 이어지는 책.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다루고 있으니 앞으로도 두어 권은 더 이어질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얼마전에 타계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여러 권 재구입했는데(장기 19세기 3부작과 20세기사 <극단의 시대>) <극단의 시대>만이라도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까치, 2012)와 함께 통독하고 싶다. 아마도 겨울로까지 이어질 듯싶지만. 한국사 책은 강만길 교수의 책들을 손 가까이에 놓아두었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로제 폴드르와의 <일상에서 철학하기>(시공사, 2012)다. 저자는 생소한데(르몽드지의 고정 칼럼니스트 일한 경력이 눈에 띈다), 의외로 이미 여러 권 번역돼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그 흔한 철학입문서나 해설서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딱딱한 철학적인 개념들을 가지고 철학이론을 설명하려들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은, 철학은 진지한 사유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삶속에서의 사소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철학교사 안광복의 책들이 비슷한 미덕은 갖고 있지 않나 싶다(아니나 다를까 <일상에서 철학하기>의 추천사도 쓰고 있다). <철학자의 설득법>(어크로스, 2012) 등도 같이 얹어서 읽어볼 만하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성재의 <지식인>(책세상, 2012)이다. 지식인 실종 시대에 "저자는 ‘지식인이란 누구인가’를 다시 정리하고 ‘왜 지식인이 실종되었나’ 그리고 ‘지식인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까’를 거론하였다." 더불어 읽어볼 만한 책은 20세기 지식인의 표상과 책임을 각기 다룬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식인의 표상>(마티, 2012)과 토니 주트의 <지식인의 책임>(오월의봄, 2012)이다.

 

 

한편 11월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달이기도 한데 예정대로라면 시진핑과 리커창이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뒤를 잇는다. 새로운 리더 시진핑에 대한 책들이 <시진핑 리커창>(린, 2012)을 비롯해 몇 권 출간돼 있다. 중국의 정세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눈길을 줄 만하다.

 

 

 

5. 경제/경영

 

이달에 새로 합류한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제윤경, 이헌욱의 <약탈적 금융사회>(부키, 2012)다.  "이 책은 가계 부채 1,000조, 집에 과도한 빚이 딸린 하우스 푸어가 150만 가구, 대한민국 가계의 60퍼센트가 빚을 진 오늘날 빚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열쇠는 금융권에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으로 <자본주의 고쳐쓰기>(한겨레출판, 2012)와 <자본주의에 불만이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이매진, 2012)도 더 얹어볼 만하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임소형의 <엄마, 꼬추 검사 한 거야?>(한국in, 2012)다. '과학 기자 임소형의 스마트한 육아 다이어리'가 부제다. 육아에 별로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더 원론적으로 생명과 생존에 관한 책을 손에 드는 건 어떨까. 리처드 포티의 <위대한 생존자들>(까치, 2012)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까치, 2009)이 흥미로운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그림책은 베아트리스 퐁타넬의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이봄, 2012)이다.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인테리어의 역사'가 부제로 붙어 있다. 좀 여유가 있는 독자라면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의 <그림을 본다는 것>(엑스오북스, 2012)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케네스 클라크의 <누드의 미술사>(열화당)에 도전장을 내민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누드를 벗기다>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저자는 케네스 클라크의 고전인 <누드(1956)>가 보여주는 문명화되고 위생적이며 완벽한 예술적 누드와 원시적이고 불편하며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지만 흥미를 끄는 현대 사회의 누드를 비교하고 있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하버드 교양 강의>(김영사, 2012)다. 미국에서도 하버드 대학의 교양커리큘럼은 대중적 관심사라고 하는데, 명망 있는 교수진이 직접 다양한 분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는 책이다. 책에 빠져 있는 경제학이나 정치경제학 분야에 대해서는 천진의 <하버드 경제학>(에쎄, 2011)과 <하버드 정치경제학>(에쎄, 2012)을 통해서 직접 현장의 육성을 들어볼 수 있다.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저렴하게 일람해볼 수 있다는 게 이 책들의 장점이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고영삼의 <인터넷에 빼앗긴 아이>(베가북스, 2012)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준단다. "저자는 구체적 해법으로 'DREAM'기법을 제시한다. Danger(위험인식하기), Reflection(서로 성찰하기), Evaluation(상태 진단하기), Appreciation(가치 인정하기), Miracle(기적 일으키기)의 앞 글자를 조합한 조어다. 이 기법은 인터넷 중독자를 둔 가정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청소년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서 활용할 만하다"고. 사실 테크놀로지 환경에 대한 적응과 소외의 문제는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민음사, 2011)와 셰리 터클의 <외로워지는 사람들>(청림출판, 2012)도 이 문제를 다룬 책으로 읽어볼 만하다.

 

 

 

10. 진리와 방법

 

이달의 주제도서로는 이번에 완역돼 나온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문학동네, 2012)을 고른다. 하도 오랫만에 나온 책이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 아마도 이달에 읽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책이기도 할 듯싶다. 이달의 책이라고 해서 이달에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달에 읽기 시작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 여유가 된다면 영역본을 구해서 같이 읽어도 좋겠다(독어본을 읽을 수 있는 독자라면 번역본이 필요하지 않은 독자일 테고)...

 

12. 11.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민음사, 2012)이다. 지난 6월에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고르면서 실상은 그의 대표작인 <여인의 초상>을 읽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이번에 번역본이 나왔다(예전 번역은 절판됐었다). 제인 캠피온의 영화도 감상하면서 일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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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4-1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