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서이지만 일부러 독서를 미뤄놓는 책들이 있는데 이언 와트의 <소설의 발생>(강, 2009)과 린 헌트의 <인권의 발명>(돌베개, 2009) 같은 책이 그렇다. 이유는 비슷하다. 저자들이 중요한 전거로 삼고 있는 작품들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거. 어떤 작품들인가.

 

 

 

'디포우, 리처드슨, 필딩 연구'란 부제를 갖고 있는 <소설의 발생>에서는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 <몰 플랜더즈>, 그리고 리처드슨의 <파멜라>와 <클래리사>, 필딩의 <톰 존스>가 주된 분석 소재다. <톰 존스>(삼우반, 2007)와 <파멜라>(문학과지성사, 2008)가 번역된 이후에도 <몰 플랜더즈>, 더 결정적으로는 <클래리사>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게 핑계가 됐다.

 

하지만 이번주에 예기치 않게도 <클래리사>가 <클러리사 할로>(지만지, 2012)란 제목으로, 무려 8권짜리 책으로 번역돼 나왔다(책값만 20만원이 넘어간다. 소설 한 작품에!). 일단은 2권까지만 구입했는데, 비록 <몰 플랜더즈>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완비가 된 상황이니 '시간 부족' 말고는 더이상은 핑계가 안 통하게 됐다. <소설의 발생>을 어디에 두었는지 하는 수 없이 주말에 찾아볼 예정(오래전에 구입한 원서도 갖고 있긴 하다).

 

 

 

다시 정리하면, <소설의 발생>을 읽기 위해서 미리 읽거나 같이 읽어야 할 책으로 먼저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가 있다. 세계문학판 번역본들이 나와서 이 책은 독서여건이 아주 좋다.

 

 

 

그리고 필딩의 <톰 존스>와 리처드슨의 <파멜라>. 분량이 만만찮지만 소설사뿐 아니라 18세기 문화사에 관심이 있다면 책장에 구비해놓을 만하다.

 

 

 

거기에 <클러리사 할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맞먹을 만한 분량이다(책값은 능가한다!). 영어본으로도 보통은 축약본이 나와 있을 정도. <인권의 발명>을 읽기 위해선 <클러리사 할로>에다가 루소의 <신엘로이즈>(한길사, 2008)를 더 얹으면 된다. '소설'이 아니라 '고전 명저'로 번역돼 고급양장본이고 가격도 세다(이런 건 문고판 영역본들이 부럽다).

 

 

 

흠, 찾아놓고 보니 <소설의 발생>과 <인권의 탄생>을 읽는 건만 해도 몇십 만원 비용에 몇 개월짜리 프로젝트다. 이런 건 '독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전투'다...

 

12.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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