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린비출판사에서 주최한 '푸코 이후의 정치와 철학' 심포지엄에 갔다가 들은 발표 가운데 하나는 임동근 박사의 '사회과학 방법론으로서의 '장치' 분석'이었다. 푸코와 아감벤의 이론적 화두로 '장치'란 말이 궁금했는데 어떤 의미이고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 말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발표자의 이력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뜻밖에도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들의 역자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문화과학사, 2010), 조나단 크래리의 <관찰자의 기술>(문화과학사, 2001) 같은 책을 옮기거나 공역했다. 저작으론 <서울에서 유목하기>(문화과학사, 1999)가 있지만 절판된 상태다. 거기까진 괜찮은데, 알라딘에는 '임동근'이란 이름으로 검색되지 않는 책이 있다. 역자소개를 보고서야 알았는데, 리처드 세넷의 <살과 돌: 서구문명에서 육체와 도시>(문화과학사, 1999)가 그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다시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인 책!(세넷의 <공적 인간의 몰락>과 함께 재출간을 기대하는 책이다.)


이 <살과 돌>의 역자가 알라딘에는 '조용'으로 돼 있지만 오기다. 임동근, 박대영, 노권형, 3인 공역이다. 제목에서 '살'은 '서구문명에서 육체와 도시'란 부제에서 '육체'를 가리키고 '돌'은 '도시'를 뜻한다. 도서관에서 대출했다가 미처 읽지 못하고 반납한 기억이 있는데, 새삼 생각이 나 재출간 '촉구' 페이퍼를 쓴다. 저자 세넷에 대해서 예전 페이퍼에서는 이렇게 소개했었다.
<제3의 길>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가 "그는 무척 활달하고, 교제의 폭이 넓으며, 사람들과 막힘없이 대화를 나눈다. 하도 사통팔달해서 어떤 모임에서든 다른 참석자 모두를 합쳐도 그의 박식함을 따라가기 힘들다."라고 평한 세넷의 책은 그간에 <살과 돌>(문화과학사, 1999),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문예출판사, 2002),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문예출판사, 2004) 등이 소개되었다. 가장 먼저 소개되었던 책은 <공인의 몰락>(1974)을 옮긴 <현대의 침몰: 현대 자본주의의 해부>(일월서각, 1982)였다. 언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저자였는데, <뉴캐피털리즘>이 좋은 출발점이 될 듯싶다.


<뉴캐피털리즘>(위즈덤하우스, 2009) 이후에 <장인>(21세기북스, 2010)이란 책이 더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선결독서'라는 게 있다. <공적 인간의 몰락>과 <살과 돌>이 그런 독서감이다.

12. 0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