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출판계 전망기사를 옮겨놓는다. 보통은 교수신문의 기사를 옮겨놓곤 했는데, 올해는 경향신문의 기사가 먼저 떴다.

 

 

경향신문(12. 01. 10) 인문·정치서적 열풍, 전자책 성장 이어질 듯

 

새해 출판계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았다. 출판전문가들은 인문서적의 강세, 전자책 시장의 확대, 정치관련 서적의 붐을 올해 눈여겨 볼 흐름으로 꼽았다. 지난해 10%대의 성장세를 기록한 인문학 관련 서적은 올해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책 표준화 작업 등으로 전자책 시장은 질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경제 면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룬 책들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 인문학 서적 성장세 지속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해 인문서의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12.3%, 판매액은 15.2%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출판계가 주목하는 인문서의 저자는 강신주, 가라타니 고진, 슬라보예 지젝,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등이다. 지난해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2권을 낸 철학자 강신주씨는 올해 후속편을 잇따라 출간한다. 오는 4월 도서출판 b에서 나올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는 세계화한 자본과 국가에 대항하는 새로운 모델을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마르크스 이론 등에서 찾으려는 책이다. 2007년 출간된 같은 저자의 <세계공화국으로>의 본격 학술판이다. 인민을 정치적 주체로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에서 포퓰리즘의 역할을 본격 조명한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의 <포퓰리즘의 이성>(후마니타스)도 올해 주목할 철학서이다.

그러나 인문학 서적 출간이 독자 확대로 이어질지에는 전망이 갈린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비소설에 가까운 연성의 인문도서 판매가 약화되고 핵심독자가 찾아읽는 인문도서가 활발하게 출간될 것”이라고 인문학 시장 확대를 밝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현우 도서평론가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인문 독자층이 넓어질 거라 예상했는데 이례적인 현상으로 그쳤고 인문이론서는 기본적인 독서수준이 필요해 독자층이 넓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전자책 시장 성장의 가속화
지난해 매출액이 5배 증가한 전자책 분야는 표준화 작업과 함께 단행본 출판사의 전자책 출판 확대, 대기업 진출 등으로 성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팀장은 “올해 전자책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면 디지털 콘텐츠 불법 복제를 막고 콘텐츠가 얼마나 판매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 출판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미 웅진씽크빅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의 전자책이 대거 출시된 데다 주요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에 전자책이 합산될 예정이어서 감소된 종이책 시장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의미있는 정도의 전자책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도 불가피해졌다. 법이 개정되면 저작권 보호기간이 기존 저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고, 그동안 출판과 컴퓨터프로그램에만 허용해 왔던 배타적 권리가 전자출판물에도 적용된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전자출판물에 대한 배타적 발행권 허용으로 전자출판물 콘텐츠에 대한 출판사, 유통사 간의 독점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저작권자는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전자책을 출간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치 관련서 유행
굵직한 정치 행사들이 예정된 올해는 정치와 경제 면에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관련 책들도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주로 진보적 인사들의 책이 상종가를 올렸는데, 올해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특히 대권 예비 주자들의 자서전이나 관련서가 사회 분야의 빅 타이틀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유재건 그린비 대표는 “정치적 이슈가 뚜렷한 해인 만큼 ‘나꼼수’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고 정치적 격변기와 한·미 FTA 발효가 맞물려 ‘복지문제’, ‘반값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문제’ 등 사회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주목할 출판계 사건으로 ‘독서의 해’ 행사, 베이징도서전 등을 꼽았다. ‘독서의 해’ 행사에서는 책 읽기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독서인구 확대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2012년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한국 도서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하여 의미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또 올해 출판계의 특징으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치유·명상서들이 붐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또 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미디어 콘텐츠의 결합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주영재기자)

 

12. 01. 10.

 

 

 

P.S. 주목할 만한 인문저자로 고진과 지젝, 라클라우를 거명한 건 나인데, 개인적인 기대라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 각각 <세계사의 구조>와 <종말의 시대에 살기>, <포퓰리즘의 이성>(그리고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등이다. 인문학 독자층이 넓지 않다고 한 건 이런 류의 책을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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