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 후반부를 읽다가 지난주에 나온 <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책보세, 2011) 가 떠올라 소개기사를 찾아 옮겨놓는다. 책은 지난주에 <정복은 계속된다>(이후, 2007)와 같이 구입해놓은 터이다. 미국의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한미 FTA에 대한 '다른 시각'이 우리의 판단에도 도움이 되겠다.
한겨레(11. 11. 12) 촘스키 “FTA는 미국의 경제지배 전략일 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시점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해와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사실상 미국의 기업을 위한 미국의 경제 지배 전략에 불과하며 자유무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유무역협정은 초국적 기업과 은행 그리고 이들의 뒤를 봐주는 국가가 작성해 체결한 투자자들의 권리 계약에 불과하다고까지 지적한다.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국민적 합의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자유무역협정=수출 증대’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이 쓴 이 책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책은 촘스키가 2006년 칠레에서 한 강연을 묶고, 2010년 상황에 맞게 내용을 추가해 펴낸 것이다.
촘스키는 ‘미국의 정체’를 거듭 밝힌다. 미국이 제3세계에 원하는 것은 민주화가 아니라, 미국을 지배하는 민간 독재자(기업)들이 수탈하기 쉽도록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들고나온 것은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협정이란 것이다. 책에서 촘스키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등과 체결한 가장 대표적인 자유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NAFTA)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1994년 나프타가 체결된 뒤 결과를 보면 멕시코는 빈곤화가 더 심해졌고, 캐나다는 미국과 멀어져 중국과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들이 예상 못한 결과를 받아들게 된 것은 미국의 탐욕 탓이라고 촘스키는 단언한다. 미국을 사실상 기업이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의 의도대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흘러가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체제의 결과 미국은 민주주의의 기틀인 선거마저 기업들의 투자행위로 전락했다고 분노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0년 1월 이런 기업들이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대 선거를 치르게 하는 정치적 투자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했다. 그는 이 판결이 난 날을 “미국 민주주의가 암흑으로 빠진 날”이라고 칭한다.
책에서 촘스키는 누누이 미국의 대외정책의 양면성과 야만성을 까발린다. 미국이 중앙정보국(CIA)을 내세워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두려움보다 미국 기업의 투자이익이 보장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분석하고,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칠레처럼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제3세계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국부를 민중에게 분배하고 소외계층을 위해 정책을 펴는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의 이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집권한 뒤에도 이런 미국의 노선은 여전하다고 개탄한다. 오바마가 2009년 좌파정부를 뒤집은 온두라스의 군부 쿠데타를 승인한 것, 카리브해를 작전 반경으로 하는 미 제4함대를 50여년 만에 부활시킨 점 등이 그 근거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정책은 2008년 금융위기와 중국의 성장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촘스키는 미국의 정책변화를 요구하며 활발하게 움직여온 세계 지식인들의 비판이 그 원동력이 됐다며 이런 움직임의 확대를 기대한다.(권은중 기자)
11.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