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맥기의 <자기계발의 덫>(모요사, 2011)과 함께 오늘 당일배송으로 받은 책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창비, 2011)이다. 받아 보니 생각보다 작고 가볍다. '8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기도 했으니 읽을 짬을 내봐야겠다. 뒷표지에 실린 추천사 가운데 나오미 울프의 말이 솔깃하다. "신체이미지와 미의 표상을 논하는 거의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수지 오바크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다." 

    

한겨레(11. 07. 30) 다이애나비 고쳤던 심리치료사의 ‘성형 반대론’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즐거운 일이어야 합니다. 치명적인 일로 만들지 맙시다. 자신의 몸이 별로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지 맙시다. 그 대신 우리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느끼도록 합시다.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다양성, 우리의 독특함입니다.” 



<몸에 갇힌 사람들>의 지은이 수지 오바크가 한국 독자들한테 하는 말이다. 비포, 애프터 두 가지 사진을 제시하며 성형, 지방흡입 등 ‘신체변형’을 부추기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펄쩍 뛸 일이다. 지은이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폭식증을 치료해 영국에서는 ‘프로이트 이래 가장 유명한 정신분석가’로 불리는 심리치료사다.

최근 거식증, 폭식증, 또는 정상적인 외모인데도 흉하거나 장애가 있다고 느끼는 신체이형장애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문제를 프로이트적 신체관념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프로이트는 성의 문제가 몸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보았지만, 이제는 몸 자체가 프로이트 시대의 성만큼이나 복잡한 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성인 환자의 신체경험에 그 부모의 괴로운 몸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며 불안의 체현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이런 현상 가운데 스타를 동원한 성형 및 다이어트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는 그런 산업을 “사람들의 신체불안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이라고 규정하고 그들의 그릇된 행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의 긴급상황”이라고까지 말한다.

이 장사꾼들이 제시하는 신체변형의 샘플은 의도적으로 조작된 이미지들. 전문가를 동원해 화장·조명·뽀샵으로 만들어진 스타들의 이미지는 60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한번 극장에 가서야 접할 수 있었는데 텔레비전, 인터넷이 집안을 점령한 요즘은 일주일에 2천~5천번쯤 본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전세계적으로 유포된 이미지는 패션처럼 유행을 불러일으켜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모양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미용성형 및 피부재생 분야 시장의 급속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로 2007년 14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매년 10억달러씩 늘고 있다고 한다. 시술 건수는 2006년 2100만건을 넘겼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건강보험이 미용성형을 보장할 정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가계수입 연 3만달러 미만이라는 사실도 전한다. 이들이 성형을 하는 까닭은 좋은 직장을 얻거나 경제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은이는 한국의 소녀 50%가량이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소개한다.

다이어트 산업도 폭발적인 성장세. 미국은 2006년 기준 1000억달러였는데 이는 같은 해 미국 교육부 예산 1270억달러에 버금간다. 지은이는 다이어트는 신체의 기본대사율을 유지하려는 자가규제 과정을 교란시켜 다이어트 시도자 96%가 요요현상을 일으킨다면서 다이어트 회사는 이런 실패율에 기생하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몸은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어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 책의 마무리도 간청이다.(임종업 선임기자)  

11. 07. 29. 

   

P.S. 페미니즘 이론의 시각에서 바라본 몸에 대해선 엘리자베스 그로츠나 주디스 버틀러의 책도 떠오른다. 아무래도 이론서들이다 보니 좀 난해하다. 전혜은의 <섹스화된 몸>(새물결, 2010)은 이 두 이론가에 대한 소개를 겸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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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11-07-31 10:10   좋아요 0 | URL
<섹스화된 몸> 반갑군요!
번역할 때 버틀러 등이 너무 어려워서 <섹스화된 몸>을 참고로 읽었는데, 무척 잘 썼더라고요.
크게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로쟈 2011-07-31 12:05   좋아요 0 | URL
고생 많으셨습니다.^^ <섹스화된 몸>은 저도 구입해놓아야겠군요. 그로츠나 버틀러나 좀 미뤄두고 있어서 바로 구입하진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