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 좌파와 우파 아나키스트의 만남

단짝인 남자 둘이 나오는 영화가 '버디무비'라면 두 남자의 고백을 담은 책은 '버디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난주에 나온 버디북은 악셀 하케와  조반니 디 로렌초의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푸른지식, 2011)이다. 이름에서 풍기지만 독일 남자 둘이다(사실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보다 더 겸손한 표현은 '나는 가끔 성자일 때가 있다'이지만, 사람들은 전자가 더 겸손한 걸로 착각한다). 프랑스 남자 둘이 나오는 버디북 <공공의 적들>(프로네시스, 2010)을 떠올리게 한다. 남자 둘이 아닌 남녀가 등장하는 책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정희와 유시민의 <미래의 진보>(민중의소리, 2011)도 같이. 악셀 하케와 조반니 디 로렌초가 제일 먼저 묻는 질문도 '나에게 정치란 무엇인가'이니 억지스런 연상은 아니다.  

  

한겨레(11. 06. 18) 우리의 투쟁은 젊은 날의 치기였을까

25년 친구인 두 남자가 작심하고 만났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50대 독일 남자들인 유명 작가 악셀 하케와 독일 유명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 편집장 조반니 디 로렌초다. 두 사람은 평생 남들에게 이야기 못했던 마음속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들이 꽁꽁 마음속에 숨겨놓고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야기 못했던 부끄러움은 끔찍하고 커다란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속물근성’이었다.

학창 시절 새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사회운동을 했고, 부조리한 현실을 글로 고발해왔던 그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변해간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며 살아왔음을 고해성사하듯 까발려 이 책을 썼다. 학생운동을 했으면서도 군대 신고식에선 신참에게 맥주에 담배가루를 넣어 마시게 했고, 환경을 걱정하면서도 가족이 많아 더 큰 차를 타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나이가 들자 투표할 때 돈을 많이 버는 중산층한테 유리한 후보에게 표를 찍었던 등이 그들이 고백한 치부들이다.  

고백을 통해 두 사람은 비로소 외면해왔던 자기 모습을 주체적으로 대면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영웅은 어떤 사람이며 자신들의 가치관은 어떤 것인지 다시 돌아본다. ‘배울 점이 있는 한 누구나 영웅’이며, 설령 내 마음의 영웅을 잃더라도 삶의 지표가 될 ‘모범’은 결코 잃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고백록은 끝을 맺는다. 마지막에 자기를 돌아보는 점검표도 곁들였다. ‘나의 투쟁은 젊은 날의 치기였을까’ ‘나는 정치에 대한 뚜렷한 소신이 있는가’ ‘나는 삶의 즐거움보다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등등.(구본준 기자) 

11. 06. 20.  

P.S.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중문화 작가라는 하케의 책은 국내에도 여럿 소개돼 있지만 '인기'란 말이 무색하게도 대부분 절판된 상태다. 독일 역시 먼 나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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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1-06-20 22:05   좋아요 0 | URL
솔직히 요즘 하는 것 보면 이정희 유시민 사진을 보자마자 거부감이 드는군요.

로쟈 2011-06-21 07:34   좋아요 0 | URL
요즘 욕을 많이 먹는군요...

2011-06-21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1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