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여름방학이 되면 미술관 순례를 위해 유럽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잖다. 한번도 그런 마음을 품어본 적은 없지만 서점이나 도서관 순례라면 한번 더 생각해볼 것 같다. 유럽의 명문서점을 안내하는 책, 라이너 모리츠의 <유럽의 명문서점>(프로네시스, 2011)을 우선은 읽어본 다음에...
한겨레(11. 05. 21) 박물관·미술관 뺨치는 개성만점 ‘명문’ 서점들
“정말 멋진 서점들은 무자비한 도시계획에 밀려나거나 파산하여, 우리 기억 속에만 인상 깊게 남아 있을 뿐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출판계에 오래 몸담아온 라이너 모리츠는 이렇게 적었다. 유럽도 다르지 않은가 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동네책방은 거의 멸종 단계에 접어든 듯하고, 대학가에도 서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입시용 참고서와 문제집, 취업과 자격증을 위한 책들로 연명하는 서점들이 드문드문 남았을 뿐이다. 대신 도시 한복판에는 거대한 서점들이 대형 백화점처럼 좌판을 넓게 펼치고 있다.
그래서 라이너 모리츠의 아쉬움은 우리에겐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그가 유럽의 독특하고 유명한 서점 20곳을 뽑아 소개하는 책 <유럽의 명문서점>은 괜찮은 서점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 독자들에겐 ‘서점의 로망’을 불러일으키고도 남는다. 아직도 이런 서점들이 버티고 있는데 서점의 몰락을 걱정하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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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소개하는 명문 서점들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자체로도 눈길을 끌지만, 서점이 들어선 공간이 독특한 점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화려한 쇼핑가의 한가운데 있는 서점, 퇴근길 전차철로 고가 아래에 자리잡은 서점, 교회 건물을 서점으로 바꾼 서점 등등이 이어진다.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서점들은 첨단 시스템을 갖춘 곳도, 오래 묵은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고서점에선 책에서만 만나온 옛 명사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미술사에 등장하는 천장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점도 있다. 라이너 모리츠의 말마따나 이 책에서 ‘노스탤지어’만 확인하게 되는 건 아니다. 고객 전용 서가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며, 에코백 유행을 불러일으킨 서점도 있다.
이런 명문 서점들의 흥미진진한 면모는 텍스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두명이 찍은 사진들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유럽 여행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책 뒤편에는 스무곳의 주소와 연락처 등 외에 이밖에 더 가볼 만한 서점들을 소개해뒀다. 지도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김진철 기자)
11.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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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서점 이야기로는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문학동네, 2009)도 챙겨놓아야겠다. "이 책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고대 로마, 6세기의 중국 등 역사의 구석구석을 간단없이 누비며 서적판매업이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 상세하고도 매혹적으로 서술해놓았다. ‘관능적인 독서 공간’에 관한 세밀한 고증이자 애정의 기록"인 책. 도서관쪽으로도 책들이 나와 있다.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의 <세계 도서관 기행>(웅진지식하우스, 2010)에서 가보고 싶은 도서관들의 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최정태 교수의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2011)도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다.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들이 발로 쓴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우리교육, 2009)란 책도 나와 있는 건 이번에 알았다. 도서관에는 다 비치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