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쓰다가 잠시 한눈을 팔며 읽은 칼럼은 이번주 개봉하는 영화 <인사이드 잡>에 관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금융민주화를 위해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한번씩 영화관 나들이를 해보시는 게 좋겠다. 우석훈 소장의 강추다.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었지만 남의 얘기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한겨레(11. 05. 12) ‘인사이드 잡’, 금융 민주화로 가는 혁명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지난해 아카데미 다큐상을 받은 영화 <인사이드 잡>이 출품되었다. 왜 오바마가 집권하고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든 투자은행과 보험사들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는가, 그 얘기를 정말 쉽게 다루고 있다. 과연 할리우드다.

지난해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했던 어느 토론회에서 나는 많은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고점 대비 6분의 1까지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파주나 동탄 같은 곳, 심지어는 서울 안에서도 슬럼 아파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수십억원 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6분의 1까지 떨어질 수 있나? 물론 이미 그런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 얘기였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단 투기 경제가 끝나면 아파트의 운명은 도심지로부터의 거리와 관리비, 딱 두 가지의 함수다. 서울의 95평 주상복합, 그런 건 전세도 나가지 않는다. 파리 13구의 주상복합은 거품 붕괴 후 중국인 등 외국인이 몰려 사는 슬럼촌으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것도 어렵다. 공조 설비 등 전기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설계되어 있어, 50평 이상이면 전기료 100만원 넘기는 건 가뿐하다. 여기에는 서민이나 외국인들도 못 들어가서 산다. 슬럼이 된 주상복합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제로이다.

미국은 화려한 단독주택을 중산층들도 소유하게 되었는데, 결국 집주인도 망하고, 투자은행도 망하고, 보험사까지 망해서, 그냥 방치된 개인 수영장에 모기들이 집단 서식하게 되었다. 100만원 넘는 관리비가 나오는 주상복합 상당수가 슬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 같은 파생상품이 없어서 그 정도는 아닐 거라는 얘기를 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보자. 우리는 선분양이라는, 완전 순사기 금융 제도를 가지고 있다. 짓지도 않은 걸 먼저 팔아버렸고, 실패할 토건사업에 금융이 끼어들었다. 폭발하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몇 배의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잡>이 보여주는 세계는, 이 사태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허울뿐인 정권 교체에 관한 것이다. 그때의 금융관료, 은행장 등 이사진, 겨우 몇억원 받고 자문을 해주었던 경제학과 교수들, 모두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대선 이후, 폭발 이후,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토건관료, 뱅커들, 모피아, 부동산업자 쪽에 섰던 학자 및 전문가, 실제 슬럼 현상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이걸 바꾸어야 한다.

다음 정권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엔 한나라당에서 반엠비 진영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큐가 보여준 것처럼, 이 아수라장을 만든 토건쟁이들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고, 담당 장관의 사과도 없을 것이다. 강만수, 윤증현, 도저히 사과할 스타일의 인간들이 아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곧 개봉할 영화 <인사이드 잡>을 보자. 이 영화가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면, 우린 그 힘으로 ‘금융 민주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관치금융 뒤에 숨어 사실상 이 꼬라지를 만든 은행의 지배자들, 외환은행 팔아먹고 저축은행에서 장난친 사람들, 그들의 ‘뒷배’를 처리하는 것, 그게 금융 민주화다.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이루어야 할 혁명적 변화, 이걸 위해서 극장에 가자. 금융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혁명은, 그렇게 시작될 것이다. 우리의 대선은 혁명이 되어야 하고, 그 출발은 바로 금융 민주화다. 금융 민주화, 이것 없이는 민주화도 지킬 수 없고, 복지는 시도도 못 한다. 모피아와 정권 뒷배들이 토건질과 금융질로 돈을 다 가져가 버리면, 우린 영원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우석훈 2.1연구소 소장) 

11. 05. 12.  

P.S. 통장 잔고도 얼마 안 되기에 금융에 대해선 무관심한 쪽이지만 금융위기가 '강건너 불구경'은 아니기에 관련서를 꼽아본다. 최근에 나온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부키, 2011)는 말 그대로 금융경제학의 ABC를 설명해주는 책 같고,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간편한' 이해는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금융위기>(미지북스, 2011)를 참고할 수 있겠다. 김수행 교수의 '석학강연' <세계대공황>(돌베개, 2011)도 이번주 신간인데, 알라딘에선 아직 이미지가 뜨지 않아 지젝의 책으로 바꿔놓는다. 역시나 금융위기 국면을 다룬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창비, 2010)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雨香 2011-05-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영화제 이후 서울로 오길 기다리는 영화가 <트루맛쇼> 였는데, <인사이드잡>도 꼭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모피아라 불리는 재경부의 권한만 있고 책임지지 않는 행태가 자주 지적되고 있는데 연계되는 문제로 보입니다.

로쟈 2011-05-14 10:06   좋아요 0 | URL
저축은행 사태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여론은 변덕스러워서 또 묻혀버리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