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의 유쾌한 문화혁명

4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또하나의 책읽기 책은 허아람의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궁리, 2011)다. 저자의 이름이 생소하더라도 '인디고 서원'은 혹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부산에 있는 청소년 인문학서점이자 한국 청소년 인문학 활동의 메카이다. 그 인디고서원의 대표가 바로 '아람샘'이다. 책날개에 실린 소개에는 '매 순간 생의 혁명을 꿈꾸는 투사, 이 땅의 인문혁명을 도모하는 전사'라고 돼 있다(또 한 가지는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닌, 한 사람에게는 소중한 연인'이다). 그 '인문학 혁명가'가 함께 읽어보자고 제안하고 또 글귀들을 읽어주는 책소개 모음집이다. '인디고 아이들'과 함께 그간에 많은 책을 펴냈지만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는 그의 첫 단독저서다.   

국제신문(11. 04. 30) "꿈꾸어라 청년아" 인문학 혁명가의 책 추천

저기 무대 위에 앉아서 노래하는 작은 여성이 '혁명가'라는 사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지난 28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허아람의 꿈꾸는 책방낭독회'였다. 부산의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www.indigoground.net)의 허아람 대표가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를 펴낸 것을 기념해 조촐하게 마련한 낭독 콘서트였다. 



여기서, '혁명'이란 말은 정치용어가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이뤄낸 열정과 성실을 비유하는 말로 쓰고자 한다. 또는, 가치혁명과 같은 인문용어로 이해하셔도 좋을 것이다. 허 대표의 손에서 인디고서원이 태어났다. 인디고서원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청소년 인문학 활동의 거점이자 최전선이 됐다. 청소년인문학잡지 '인디고잉'과 영문판 국제 인문학잡지 '인디고'가 창간돼 지금도 나오고 있다. 허 대표는 '인디고 아이들'과 함께 5대양 6대륙을 샅샅이 다니며 세계 석학들과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 땀흘리는 젊은 활동가를 만나 부산에서 국제행사인 '인디고유스북페어'를 두 번 열었다. 인디고유스북페어에 온 석학과 활동가들은 깜짝 놀랐다. 



인디고서원이 자랑하는 청소년 독서토론 프로그램인 '정세청세'는 부산의 작은 인문서점 행사에서 전국 12개 도시에서 열리는 대표 인문프로그램으로 자랐다. 이중 '이것은 혁명이 아니다'라 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그렇게 바쁜 가운데서도 허 대표가 빼먹지 않은 일이 있다. 책읽기다.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는 허 대표가 2008년10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부산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매주 금요일 진행한 '허아람의 꿈꾸는 책방'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책이다. 허 대표를 초청해 '별밤'을 진행했던 진행자 지성훈 씨도 이날 낭독콘서트에 초청됐다. "인디고유스북페어 준비 때문에 외국에 갔다가 공항에서 짐을 잔뜩 짊어진 채 방송국에 오시질 않나, '그렇게 바쁜 중에서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다'는 걸 눈치채게 하려고 그랬는지 방송실에 그간 읽은 책을 펼쳐놓질 않나…"(웃음) 이 책은 그렇게 나왔다.

책에 대한 책, 책의 책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재미있고 잘 읽힌다. 방송에서 입말로 해설하고 육성으로 낭송한 형식을 책에 옮겼기 때문이다. '청춘들에게 안겨주고 싶은 시집' '내 삶의 중요한 가치' '스무 살의 겨울을 어떤 생각들로 준비할까' '아름다운 바보들' 등 글이 저마다 주제를 갖고 있어 유용하고 울림이 좋다. 허 대표는 이 책에서 283권을 소개한다. 방송에 함께 나왔던 낭송음악의 목록도 실었다.

르 클레지오의 '어린 여행자 몽도'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칠 때 또는 어떤 문학작품을 접하게 할 때 몽도와 이 할아버지의 글자 배우기 장면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감수성으로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합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허 대표의 발걸음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짐작케 한다. 아름답고 진솔한 '책의 책'이다.(조봉권기자) 

11. 04. 30.  

P.S. 아람샘의 책 추천은 마튜 르 루의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마고북스, 2006)에서 시작해서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문학과지성사, 2001)로 마무리된다. "저에게 만약 지상의 도서관이 불탔을 때 남겨야 되는 세 권의 책을 묻는다면, 대답할 한 권의 책"이라고 꼽은 책으로 '제목 또한 이 책의 글귀에서 따왔다.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도 마지막 방송 시간에 언급돼 있어 '인상적'이다. 마지막 방송의 마지막 멘트는 이렇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마음속에 와닿았던 한 줄의 문장으로 오늘 하루 내 삶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의 의지가 생긴다면, 책은 그것으로 충분한 자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에게 그런 책을 한 권이라도 가까이 두시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4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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