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새로 나온 책들 가운데 가라타니 고진의 <문자와 국가>(도서출판b, 2011)와 서경식의 <언어의 감옥에서>(돌베개, 2011)를 '머스트리드'로 고르고 나면, 나머지는 '옵션'이다. 리뷰기사를 읽으며 고른 책은 김영두의 <퇴계 VS 율곡, 누가 진정한 정치가인가>(역사의아침, 2011), 히로세 다카시의 <원전을 멈춰라>(이음, 2011), 그리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부키, 2011). '긍정적 사고' 혹은 '긍정의 힘'이라는 수사가 '미국식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에런라이크의 폭로는 통찰에 값한다.
경향신문(11. 04. 02) 미국發 ‘긍정 이데올로기’의 불편한 속내
“미국인은 긍정적인 사람들이다”라는 첫 문장이 시니컬하다. 미국 사회에서 일종의 ‘도그마’처럼 기능하고 있는 ‘긍정적 사고’의 허위적 속내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인들은 매사에 긍정성을 자랑스럽게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별로 행복하지 않다. 사실 그 긍정성이 “실제 상태나 기분이 아니라, 세상의 일부를 설명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인 탓이다.
미국사회에서 긍정적 사고가 강력한 신념체계로 자리잡은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였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미국 민족주의와 결합하면서 국가적 이데올로기로 자리했고,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로서 자기 가치를 설득해나갔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후 ‘긍정적 사고’는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하면서 스스로 하나의 산업으로 번영했다. 긍정적 사고를 장려하는 책과 DVD가 끝없이 쏟아지면서 베스트셀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으며, 수만명의 ‘라이프 코치’와 ‘경영 코치’, 심리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당연히 확대재생산이 이뤄졌다. 그것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래리 킹 라이브>나 <오프라 윈프리 쇼> 같은 토크쇼를 통해” 여전히 전파되고 있으며, “2006년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던 <시크릿> 같은 책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긍정적 사고가 후기 자본주의와 동행하면서 번창했다고 설명한다. 초기 자본주의가 보여줬던 절제와 금욕의 태도에 반대해 미국의 신사상 운동이 태동했고, 여기에 신복음주의 교회와 기업이 결탁해 긍정적 사고의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자본주의와의 커넥션을 통해 성장한 ‘긍정주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세계 금융 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반성과 성찰은커녕 오히려 위기를 통해 더 몸집을 키우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한다. 그리하여 저자가 결론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긍정적 사고라는 대중적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야말로 “좋은 일자리와 의료서비스처럼 사회적 안전망이 더 탄탄하고 파티와 축제, 길거리에서 춤을 출 기회가 더 많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미국사회를 지배하는 긍정 이데올로기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그 양산자들까지 샅샅이 파헤치는 열정적인 책이다. 아울러 한국사회를 전염시킨 긍정 이데올로기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확인하게 해준다.(문학수 선임기자)
11. 04.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