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리뷰를 읽다가 좀 의아하게 생각한 건 <미친 등록금의 나라>(개마고원, 2011)를 다룬 지면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클라이드 바로우의 <대학과 자본주의 국가>(문화과학사, 2011)와 함께 관심도서로 분류해놓은 터라 애써 찾았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지방신문의 기사 정도다. 적어도 20대 대학생 독자들에겐 요즘 많이 읽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2010)만큼은 읽혀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

‘등록금 1000만원, 교육비 2000만원 시대’.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책을 모색하고 특히 또 한국 교육문제에 난공불락 중 하나인 ‘등록금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경제력 수준이 대학등록금 액수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OECD 국가들의 경우, 대학등록금이 아예 없거나 우리의 반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등록금을 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여기엔 체코나 뉴질랜드처럼 국민소득 기준으로 볼 때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다. 대학교육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할 수 있는 부자 나라여야 등록금을 싸게 매길 수 있으리란 선입견은 착각일 뿐이란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 줄 비책인 양 적극 주장되고 있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기부금 입학제’에는 매우 위험한 함정이 숨겨져 있다고도 주장한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면서 단지 대출학자금을 취업 후에 갚도록 하는 방안에 불과한데도 대단한 지원책인 양 호도되고 있다는 것. 이 책의 인세는 등록금 인하 촉구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대전일보) 

11. 01. 24. 

P.S. 덧붙여, 대학등록금과 관련하여 대학의 적립금 문제를 다룬 기사도 눈에 띄기에 옮겨놓는다. 

  

서울신문(11. 01. 24) 10兆 쌓아둔 대학들의 ‘재정 떼쓰기’

지난 21일 점심 무렵 부산 롯데호텔 3층 아트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이다. 물가가 불안하고… 등록금 인상 자제를 부탁드린다.”며 대학총장들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국민대 이성우 총장은 “수년째 동결하면 상당한 재정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과 이 총장의 견해 차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부와 대학의 불만이 응축된 장면이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요구에 대학들이 재정압박이 심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쓰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이 2009년 말 기준으로 10조원을 넘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우 2년사이 최고 66%까지 ‘곳간’(적립금)을 불린 곳도 있다. 2009년 말 현재 적립금이 4000억원 이상인 곳은 이화여대(7389억원), 연세대(5113억원), 홍익대(4857억원) 등 3개교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립대총장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사립대학 육성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계속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자, 적립금 용도에 대한 성격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적립금을 대학의 중·장기 계획이나 대규모 투자사업 부분에 한해서만 쓰고 있다. 등록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나 물가상승분 보전비용으로 적립금을 쓰려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교과부 한석수 대학지원관은 23일 “사립대 적립금 용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서 “현재도 당해연도 등록금을 받고 난 뒤 남은 재정은 기금이나 적립금으로 넘기는 게 관례인데 이를 당해연도에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적립금 주요 부분이 등록금 수입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신문이 이날 교과부 대학정보공시센터(대학알리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록금을 동결했던 2009년에도 서울 주요 사립대의 적립금이 증가하는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2011년도 5.1%의 등록금 인상을 제시한 고려대는 2007년 1526억원이던 적립금이 2009년 2305억원으로 2년 새 51% 급증했다. 등록금 3.8% 인상안을 내놓은 경희대도 2007년 817억원에서 2009년 1362억원으로 66.7% 늘었다. 올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연세대는 2007년 3471억원에서 2009년 5113억원으로 2년 새 47.2% 증가했다. 이화여대도 2007년 5115억원에서 2009년 7389억원으로 44.4%가 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적립금이 재단의 ‘몸집 불리기’에 사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2009년 사립대 적립금 중 건축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조 2001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반면 연구기금 적립금은 6381억원으로 9.2%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증가율도 2008년 27.4%에서 2009년 14.7%로 줄었다. 이에 대해 서울 A사립대 기획실 팀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 적립금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등록금 문제로만 적립금 사안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학의 발전과 경쟁력 등의 관점에서도 적립금 문제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동현·최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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