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프랑스 비평가 모리스 블랑쇼 전집의 하나로 <문학의 공간>(그린비, 2010)이 다시 번역돼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철학자 장-뤽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인간사랑, 2010)가 출간됐다. 낭시의 책은 12월 30일이 발행일자다. 2010년의 '마지막 책'이 아닐까. 책을 손에 든 건 엊그제이고 예전에 구해놓은 영역본도 어제 책장에서 찾았다. 다른 독서계획이 잔뜩 밀려 있어서 언제 차근차근 읽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짝'은 맞춘 듯해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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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라고 한 건 블랑쇼와 낭시의 <밝힐 수 없는 공동체/마주한 공동체>(문학과지성사, 2005)를 보충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두 권 모두 역자는 박준상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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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쇼 연구서로 <바깥에서>(인간사랑, 2006)를 이미 펴냈고, 예술론이자 타자론으로 <빈 중심>(그린비, 2008), 그리고 블랑쇼 전집 번역으로 <기다림 망각>(그린비, 2009)을 펴냈다. 앞으론 블랑쇼란 이름과 함께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될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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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문학의 공간>(책세상, 1990), <미래의 책>(세계사, 1993) 등으로 처음 소개가 됐지만(그의 소설 일부가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나온 건 있다), 블랑쇼란 이름을 접한 건 김현의 <프랑스 비평사>(현대편)에서였다. 그가 중요하게 다룬 20세기 후반의 비평가 네 사람이 사르트르와 바르트, 바슐라르, 그리고 블랑쇼였기 때문이다. 내게 각인된 블랑쇼의 키워드는 '죽음' '부재' '침묵' 등이다(푸코는 '바깥'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또 조교시절 일로, 대학원에 진학하려다 그만둔 한 후배가 가장 좋아하는 비평가가 누구냐는 나의 질문에 '블랑쇼'라고 답해서 놀란 적이 있다(그는 다소 침울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 후배 또한 블랑쇼란 이름이 연상시켜주는 이가 됐다. 그리고 세번째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이다.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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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제목을 들뢰즈 표현에서 따왔다고 하셨는데, 비평을 보면 이 외에도 철학자, 평론가들의 차용이 많이 나오거든요. 사유의 돌파구가 된 사람은 누구였나요?
"마음 속에 항상 들어있는 사람은 두 명이에요. 벤야민과 모리스 블랑쇼. 두 사람이 쓴 책은 20대 때 읽기 시작해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지금도 첫 구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때, 왼손에는 벤야민, 오른 손에는 블랑쇼를 들어요. 제목이 이렇게 되어 있긴 합니다만, 동세대 중에는 들뢰즈 보다 바르트에 더 손이 가고요."
하지만 아직 나는 '나의 블랑쇼'를 갖고 있지 않다. <문학의 공간>을 예전에 숙독해보지 않아서이다. 나는 그가 좀 비의적이고, 너무 은둔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정치평론 1953-1993>(그린비, 2009)은 그러한 인상을 재고하도록 요구한다. 해서 <정치평론>을 경유하여 <문학의 공간>으로 재진입하는 게 올 상반기 독서계획 가운데 하나다. 문학을 '다시' 읽는 계기나 영감 같은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모리스 블랑쇼에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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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