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 감독은 홍상수이다. 그러니 올 추석영화로 그의 신작 <옥희의 영화>를 꼽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가까운 CGV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봐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며칠 전에 읽은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스포일러가 가장 적은 기사이기도 하다.    

한겨레(10. 09. 17) 전작들보다 더 준비안한 ‘현장 완성형’이다 

<옥희의 영화> 홍상수 감독은 작품처럼 묘했다. 15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졸린 눈에다 머리는 풀풀거리고 슬리퍼 차림이었다. 출연진과 열하루 동안 베니스와 런던 영화제에 초청받아 “잘 놀다 오느라” 시차적응이 안돼 두 시간 밖에 못 잤다고 했다.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그와 50여분 동안 드잡이 하는 동안 “이제 인터뷰 끝이냐”고 두 번이나 물었다. 

 

“나는, 결과를 알고 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4개 단편으로 된) 이번 영화는 첫 편 두 쪽짜리 트리트먼트(간단한 작품 개요)로 시작했다. 준비 안 된 정도가 그전 영화에 비해 훨씬 심했다. 그 점에서 실험적이었다.” 1편(주문을 외울 날)을 끝내고 생각이 자라 2편(키스왕)을 찍었고, 4편(옥희의 영화)이 보태지고 나서 비로소 장편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그때 폭설이 와 3편(폭설 후)이 떠올라 전체가 완성되었다고 했다.

두쪽 트리트먼트의 씨앗은 이선균. “그는 솔직하고 깨끗하며 머리도 좋은 것 같다. 외모와 달리 까탈스럽지 않고 사심없이 작품에 달려 들더라. 2007년 <밤과 낮> 촬영할 때 파리까지 와 줘 운이 닿으면 다시 한번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일단 출연인물이 결정되면 그를 통해 무슨 이야기가 가능한지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확장해 간다. 정유미씨와 문성근씨가 합류하게 된 것도 그런 과정이다.

“하나가 결정되고 또 하나가 보태지면서 그것들이 서로 작품에 어떻게 작용할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지켜본다. 나도 결과를 모른다. 내 작업은 과정을 통한 발견이다.” 여기서 ‘그것들’은 인물이기도 음악 또는 배경이기도 하다. 평소 좋아해서 반복해 들었던 ‘위풍당당 행진곡’은 마침 그때 감정이 꽂혀 단편들 앞뒤에 스며들면서 고색창연한 배경음이 되었고, 영화 주무대로 등장하는 아차산은 단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 모든 게 직감이다. 



종합하면 그의 작품은 유리창 성에처럼 스스로 자라 만들어진 자연무늬다. 대사도 마찬가지. “촬영에 앞서 그날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바로 회수한다. 전체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함께 리허설을 한다. 상황따라 즉석에서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애초의 책상에서 쓴 대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수용 여부는 내 몫이다. 그렇게 해서 대사의 95%가 완성된다.”

예산이 아주 적게 드는 것은 자기가 즐기는 스타일이 운 좋게도 큰 돈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옥희의 영화>에 든 돈은 5천만원. 촬영에 2천만원이 들었고 나머지는 35㎜로 컨버팅하는 비용이다. 가까운 장소가 배경이고, 촬영 회차도 10차례 안팎이며 출연배우들도 사실상 노개런티였다. 입장료 수입이 비용을 초과해 이익이 나면 주는 조건이다.

“투자 받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성사되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틀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을 때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단 돈을 받고 나면 정작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 투자자의 영리목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 말 뒤에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개인의 기질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영화판에 애초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감독도 한 명쯤 있어야 하지 않느냐. 나의 생각에 동조해 주는 배우가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술을 마시면서 시나리오를 쓴다는데…”라며 넘겨짚자 펄쩍 뛰었다. “원래 영화 일 외에 다른 하나도 없다. 사람들을 만나 술을 즐기기는 하지만 일할 때는 전혀 술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들한테는 술을 먹인다고 했다. 술 마시고 취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 “취한 척하는 것보다 약간의 술에 연기를 보태는 것이 낫더라. 물론 테이크가 길어지면 곤란해지더라.”(임종업 선임기자)  

10.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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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09-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연휴 오전에 슬쩍 들렀습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2010-09-2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1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